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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단일통화론, 부상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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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1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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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더이상 못 믿겠다" 곳곳서 달러 대체 목소리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달러화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그동안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전세계에 뿌려진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으며, 달러를 대체할 새 통화질서가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최근 중동·중남미·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은 역내 기축통화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유럽도 유로화 중심의 통화질서 확립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해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은 역내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단일화하고, 이를 중장기적으로 범아시아 공용통화로 발전시켜야한다는 목소리를 공론화하고 있다.

다만 동북아 공용통화 출범을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정치·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해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일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절대군주' 달러화 추락과 '봉건제후'의 출현

전세계는 지난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다.

미국의 신뢰가 실추되며 브래턴우즈 체제로 대표되던 미국의 화폐패권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으며, 새로운 질서 구축을 요구하는 주장이 높다.

현재의 달러 위상 하락은 미국이 스스로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대량의 달러를 풀어 전세계가 달러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이후 이를 국채 발행을 통해 다시 흡수, 전세계에 엄청난 빚을 지고 국내경제를 부양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글로벌 경제정책이 투자은행 등 금융기관 부실로 휘청이게 됐으며, 미국의 채권자인 전세계 국가 및 금융기관들을 불안에 떨게했다. 기축통화 발행국의 빚 누적으로 해당 국가의 신뢰가 하락하는 '트리핀의 역설(Triffin’s paradox)'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국은 더 이상 미국 중심으로 짜여진 글러벌 통화 및 경제질서를 신뢰할 수 없게 됐으며, 같은 문화·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역내 국가 간 경제질서 재편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아랍에미리트·카타르·쿠웨이트·오만 등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는 지난해 초부터 단일통화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중남미에서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무역결제 시 자국통화를 사용하는 등 탈(脫)달러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남미 지역 좌파블록인 볼리바르 동맹(ALBA)은 이미 달러화 대신 ‘수크레’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키로 합의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서부 5개국이 공동통화를 구상하는 등 권역별로 통화단일화 움직임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최부국인 남아프리카 중앙은행이 오는 2025년까지 아프리카 전체의 통화동맹 창설을 주장하고 있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경우 공동 통화체제 구축은 예상보다 빨라질 수있다.

◆ 한·중·일 '동상이몽'… 단일통화 출범은 요원한가

하지만 동북아시아의 경우 단일통화 출범은 아직 현실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단 역내에서 중국과 일본의 패권 다툼이 워낙 심한 데다 문화적·정치적 괴리가 커 단일 통화를 구축하는데 거부감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세계 최초로 단일 통화 경제권을 구축한 유럽연합(EU)의 경우, 현재의 체제를 갖추는데 50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EU는 최초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시작으로, 유럽경제공동체(EEC), 원자력의 공동 이용을 위한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 유럽공동체(EC) 등을 거쳐 현재의 형태로 발전했다.

정치·경제의 통합 과정이 △느슨한 형태의 경제협력체 구성 △자유무역협정(FTA) 등 관세 철폐 △공동 경제권 형성 △역내 정치·경제적 이슈 공유 △통합화폐를 통한 완전한 경제단일화 △정치적 협력 및 역내 헌법 제정 등의 과정을 거치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동북아의 통화 단일화는 요원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개별 사안을 논의하면서 시스템 조율과 내부 정치적 반발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유럽의 경우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데다 왕래가 용이하고 자유로운 데도 경제문제 등의 현실적 사안을 조율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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