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에는 9일 밤 부터 10일 새벽 사이에 4-8인치(10-20㎝)의 눈이 내린 가운데 북극 한파의 영향으로 12일 애틀랜타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기록할 정도로 혹한의 날씨가 계속되면서 피해가 늘고 있다.
특히 주요 고속도로와 간선도로까지 스케이트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빙판길로 변해 곳곳에서 수백여건의 차량 접촉사고 또는 전복사고가 잇따랐다.
미국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국제공항도 지난 사흘간 이곳을 본사를 둔 델타항공 등 주요 항공사 소속 4천여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거나 지연운항됐다.
애틀랜타 일대를 남북 또는 동서로 관통하는 85번, 75번, 20번, 285번 등 주간고속도로의 경우 대형 화물트럭들이 접촉사고를 일으키거나 빙판길 도로에 정차해 도로를 막고 있고, 일부 인터체인지의 경우 진입이 계속 차단되고 있다.
12일 낮부터 고속도로는 교통 소통이 나아지고 있고, 하츠필드 잭슨 국제공항도 오후부터 폭설이 내린 뉴욕 등 북동부 일부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의 경우 항공기들이 정상적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고속도로와 대형 간선도로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가 도로들은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빙돼 일부 차량들만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다. 갓길 곳곳에는 접촉사고로 부서진 차량이나 운전자들이 운전을 포기하고 놔두고 간 차량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로 결빙으로 차량 운행이 어려워짐에 따라 메트로 애틀랜타와 주 북부지방의 학교들은 사흘째 휴교 중이다. 특히 초중고교의 경우 많은 학교가 14일까지 임시휴교 방침을 정한 가운데 17일은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로 공휴일이어서 학생들은 8일간의 뜻밖의 방학을 맞아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코카콜라 등 대부분의 기업들도 대중버스 노선인 마르타가 9일 저녁부터 운행을 중단함에 따라 사흘째 회사 문을 열지 않은 채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하고 있다.
애틀랜타주재 한국총영사관은 이틀간 문을 열지 못하다 12일에서야 공관 문을 다시 열었다. 조지아 남부 웨스트포인트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조지아공장(KMMG)과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현대자동차 앨라배마공장(HMMA)도 10일 도로결빙으로 공장 가동을 하루 중단했다.
눈이 많이 오는 뉴욕 등 북부 지방이나 노스 다코타 등 중서부 지방의 강설량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10-20㎝의 적설량에도 애틀랜타의 기능이 마비된 것은 폭설대비가 제대로 안돼있기 때문.
애틀랜타시가 보유한 제설차량이 모두 8대에 불과하고 폭설 직후 부랴부랴 민간회사와 계약을 맺고 11대의 트럭을 동원해 모래와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을 뿐이다.
뉴욕시가 11일부터 시작된 눈폭탄에 대비해 365대의 염화칼슘 살포 차량과 1천700대의 제설차를 대기시킨 점과 비교하면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다.
제설작업이 늦어지면서 시내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 터미널에는 발이 묶인 승객 300여명이 추위에 떨며 대합실에서 밤샘을 하면서 시 당국의 안일한 대처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애틀랜타의 도시 기능은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주말이 돼야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눈이 흔하지 않은 남부 지방에 지난 연말 130여년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경험한 데 이어 연초에 폭설이 내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한 광경을 즐기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시내 다운타운에서는 한 젊은 남성이 빙판길로 변한 도로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이 유튜브에 오르기도 했다. 또 일부 시민들은 승용차 운전을 포기하고, 걸어서 인근 슈퍼마켓에 가서 식빵과 우유 등 식료품을 사오고 있다.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서울에서 폭설로 도시기능이 마비됐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눈이 드문 지역이다 보니 시민들의 반응도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시당국의 대처가 늦어지면서 교통불편이 장기화됨에 따라 시민들의 불만은 점증하고 있는 분위기다. 카심 리드 애틀랜타 시장은 이를 의식한듯 11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시 당국이 폭설에 대비한 대응책을 제대로 못 갖춘 데 대해 변명할 생각이 없다"며 솔직하게 사과한 뒤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10일 취임한 네이선 딜 주지사도 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제설작업 지원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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