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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작가 신소영이 자신의 작품 '잊어가는 잊혀지는' 작품앞에서 활짝 웃고있다.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텅빈 심연을 응시하는 시선, 아득한 것에 가까이 가려는 희미한 몸짓.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사뭇 진지한 표정의 어린아이들. 아이들의 눈에서 느껴지는 깊이는 어른 이상이다.
어린아이 초상화를 그리는 작가 신소영(29)의 작품은 수많은 언어가 말하는 하나의 느낌이다. 붓자국 하나 없이 그려낸 유화작품은 탄탄한 기본기가 돋보인다.
오는 3월2일 이화익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작가를 22일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만났다.
'아이 엄마일까’ 하는 생각과 달리 ‘하의 종결자’ 같은 짦은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작가는 “일년동안 작업실에 박혀 그림만 그리다가 오랜만에 구두도 신고 정장을 입었다”며 긴장과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자주 웃는 그는 심오한 그림속 아이들과 달리 생기발랄했다.
생애 첫 개인전을 영향력 있는 상업화랑에서 여는 그는 단박에 유명화랑의 손길을 받은 신데렐라다. 경매시장에서 수억원대로 떠오른 스타작가는 아니지만 비즈니스가 만연한 미술시장에서 극히 드문일이다. 대부분 스타작가들도 긴 무명의 세월 견뎌냈고, 중소화랑에서 개인전 3~4회 대관전을 치르고 눈도장을 찍어야 겨우 상업화랑에 편입되는 행운을 누리기 때문.
10년째 이화익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화익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 컬렉터와 딜러의 반응이 좋았다”며 “참신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 완성도 높은 회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미 뉴욕. LA 작품전도 예약됐다. 이름난 상업화랑에서 전시는 “이곳에서 구입한 그림은 차원이 다르다”는 아우라까지 심어주는 ‘브랜드 연금술’을 펼친다.
"학부(홍익대)때 과제로 시작한 작업인데 졸업할 즈음 그동안 작품을 살펴보니 계속 아이를 그리고 있었더라고요. 졸업작품전에 아이 그림을 심도있게 담아내게 됐는데 우연히 좋은반응을 얻게 됐어요”
신소영은 2008년 졸업작품전에 선보인 (커다란 흰곰앞에 서있는 남자 어린아이를 담은) 극사실화가 한 미술잡지 표지에 등장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화랑미술제. 호텔아트페어에 잇따라 출품되면서 갤러리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작품은 형식에선 초상회화 성격을 띠고 있지만, 외형보다는 내면의 심리적인 측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색 있다.
"어릴적부터 꽃과 아이를 유난히 좋아했다"는 그는 대학시절 명동에서 우연히 만난 3살배기 남자아이의 시선에서 인생을 느꼈다. 무심한듯 시크하게 정면을 바라보는 검정옷을 입은 남자아이는 이제 작가의 아바타가 됐다.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눈빛에 영혼이 담긴 아이들을 주로 찾았어요. 무표정하고 중간적인 느낌의 아이를 통해 내면과 외면이 교차하는 심리적인 이야기를 풀어냈어요”
길거리에서 캐스팅한 자아가 형성되기 직전 3~4세 아이만들만 담았다. 사진을 화폭에 그려낼 때 그는 무대감독이 되고 의상디자이너가 됐다. 직접 수집한 공간 자료에 옷과 액세서리를 입혀 자신만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아이들은 갈대밭에, 황량한 들판에, 꽃밭에서 찰나의 순간을 배경으로 현실과 비현실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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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영.어떠니.162.2x130.3cm.oil on canvas-2011. |
그림에는 쌍둥이로 보이는 두 아이가 등장한다. 남자아이들이기도 하고 여자아이들이기도 하다.
“진짜 쌍둥이는 아니에요. 자세히 보면 표정과 몸짓, 시선이 약간 다른데 나와 또 다른 내가 대면하는 장면입니다. 배경도 바람이 움직이거나 꽃이 만개했거나 찰나의 순간을 포착했어요. 이번 그림을 그리면서 나 자신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어요”
어른들속엔 여전히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고 했던가.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고 싶다”는 작가는 인생 중에 가장 놓치기 싫은 시절을 부여잡고 있다. 개화를 목전에 둔 꽃봉우리 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작가는 어느새부터 그림속 아이의 눈을 닮아 호기심이 가득했다.
내면적인 초상화를 들고 새로운 초상화의 시대를 개척하고 있는 작가는 “아이를 왜 그리고 있는지 나도 모른다. 아직 그안에 빠져있고 그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왜 그런지 계속적으로 질문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진솔하고 정직한 작가로 보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내면이야말로 얼마나 많은 미로로 이루어져 있던가. 인생은 작가의 개인전 제목처럼 ‘연속적으로 변해가는 순간들’이다. 희망궤도에 들어선 작품이 그를 스타로 만들어줄지 주사위는 던져졌다. 1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전시 작품중 162cmX130.3cm 크기 (100호) 가격은 600만원이다. 전시는 3월 15일까지. (02)730-7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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