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5일 열린 범금융기관 신년 하례회 때 외환은행 노조 문제에 대한 어느 기자의 질문에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대답은 이랬다.
이미 여러차례 대형 인수·합병(M&A) 성공시킨 경험과 자신감이 묻어나는 발언이었다. 지난 45년간 금융인으로서 살아온 그의 관록도 느껴졌다.
하지만 그의 지나친 자신감 때문일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느낄 수 없었다.
실제로 최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은 일방향적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속적인 반대 투쟁을 벌였지만 이에 대해 김 회장과 하나금융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치권·금융당국과 이미 얘기 끝났으니, 노조가 아무리 소리쳐도 바뀌는 것은 없다는 듯.
사실 외환은행 매각 문제는 금융당국 및 금융권의 오랜 골칫거리다.
외국 자본에 매각 계획을 세우면 국부유출이니, 론스타의 먹튀를 돕느니하는 비판이 일었다. 그래서 국내 자본에 팔려고 하면 번번이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고용승계가 약속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적당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다보니 시간만 흘렀고 그렇게 보낸 시간이 벌써 5년이다.
이번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여태껏 진행된 매각 작업 중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금융권 새판짜기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지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5일 외환은행 매각 문제 해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있었다. 외환은행 노조가 포함된 하나금융 소액주주들이 하나금융의 유상증자 무효소송을 제기한 것.
이들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자본금을 끌어들여 주주들의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소송이 없었더라면 오는 3월 2일 정례 금융위원회에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승인이 났을 것이다.
김 회장과 하나금융의 태도가 결국 화를 자초한 것이다.
이번 소송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날 지는 모르겠으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라는 대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게 중론이다.
다만 이 같은 일방향적인 태도가 계속된다면 인수 후에도 하나금융과 노조와의 마찰은 계속될 것이다.
김 회장과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작업을 원만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대내외적인 소통의 자세는 알파이자 오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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