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식품회사 나비스코의 신제품(위)은 기존 제품보다 15%나 양을 더 줄였다.[출처 NYT] |
미국 실업률은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다. 오른 원가 부담을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포장양을 줄이는 것이다.
NYT는 이같은 변화가 대형마트 등 식품점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소비자들이 같은 비용을 쓰면서 더 적은 양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휴스턴에 거주하는 주부 리사 스토버가 최근 평소 자주 구매하던 파스타 양이 크게 줄어든 것을 체감하고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엔 양이 줄어든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며 “제품을 사면서 누가 중량을 매번 확인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마트의 구석구석을 돌며 평소 구매하던 제품의 중량을 눈여겨 봤다. 야채통조림의 중량은 16온스에서 13~14온스로 줄어들었고, 아기용 물티슈는 80온스에서 72온스로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기업이 제품 크기나 양을 줄이는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경기침체 시기에 기업들은 가격인상을 속이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제품 크기를 줄여왔다. 또 포장 자체와 포장의 광고문구까지 종종 바꾸어왔다.
기존보다 더 작게 포장된 제품에는 ‘휴대하기 쉬운’, ‘건강에 더 좋은’(적은 분량으로 인해 칼로리가 낮은) 등의 문구를 덧붙였다.
존 거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소비자들은 주로 양보다는 가격에 더 민감한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하며 “이같은 방식을 시도하는 기업들은 제품의 기존 용기의 높이와 폭을 유지하며 겉보기에는 똑같이 보이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과자 봉지에 더 많은 양의 질소를 충전하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는 속임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토머스 알렉산더 노스우드대 금융학 교수는 식품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들의 임금이 오르면 기업은 가격 결정권(pricing power)을 행사할 수 있지만, 높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가격을 올리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NYT는 제품 중량을 조용히 줄이고 있는 일부 업체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펩시의 스낵 제품인 도리토스, 프리토스는 중량이 2009년보다 20% 줄었다. 치킨오브더씨는 참치통조림의 중량을 6온스에서 최근 5온스로 줄였다.
세계 최대 식품제조업체인 미국의 크래프트푸드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부 과자의 중량을 15% 줄였지만 가격은 그대로 유지해 가격 인상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프록터앤드갬블(P&G)도 제품 중량을 줄임과 동시에 '제조 과정에서 전력·물 사용을 15% 더 줄인다'고 내세우는 ‘퓨처프랜들리’ 제품을 늘리고 있다.
소매리서치회사인 포커스닷컴의 한 관계자는 "식품 제조업체들이 바뀐 포장에 대해 환경친화적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동시에 점점 양이 줄어들고 있다"며 "더 나은 새로운 포장이라는 말 뒤에는 더 적은 중량이라는 중요한 말이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