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김광보. |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더 철저하게 서로가 서로를 쳐다보고 주고받으세요.
좀더 집요하고 섬세한 연기를 요구하는 겁니다.“
긴장감이 팽팽하다. 송곳같은 연출가의 지적에 배우들이 진지해졌다. 국립극단의 연극 ‘주인이 오셨다’의 연습실. 첫 장면을 놓고 연습의 연습이 이어진다. 진짜 무대에 선 것도 아닌데 이미 극장 안에 들어온 느낌이다. 배우들에게선 이미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배역 속에 녹아들어 철저히 ‘그사람’이 된 듯했다.
반복 또 반복, 연습 또 연습 끝에 드디어 쉬는 시간이 왔다.
김광보 연출가와 주연배우 조은경, 이기돈, 문경희씨를 따로 만났다.
김광보 연출가는 “연극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은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무엇을 이야기 해야합니다”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어두운 이야기든, 밝은 이야기든 간에 사회적인 현상과 맞닿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집창촌, 혼혈, 복수…. 소재들이 다소 무겁다. 그는 어려운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이 작품은 현대판 ‘주인’의 시작과 끝을 이야기 한다. 잔인한 ‘주인’들이 결국 ‘사회적 산물’이라는 고찰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주인’들의 잔인한 행위는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인간들의 반란이다. ‘주인이 오셨다’는 결국 불청객 ‘주인’들의 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가 해결해야하는 문제이고 이들에게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고 한다.
김씨는 주인공 ‘자루’역을 맡은 배우 이기돈씨에 대해 “100% 자루구나“라고 생각했던 일을 이야기했다.
“연출자가 대본을 읽었을 때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이다라는 느낌이 옵니다”라며 “오디션을 봤을 때 ‘쟤 자루구나’하는 느낌이 이기돈씨에게서 느껴졌어요”라고 털어놨다. 실제 ‘자루’의 모습을 이기돈씨가 가지고 있었다는 것.
그러면서 “연습때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기돈씨가 많이 힘들어합니다. 자루하고 나하고 똑같은 면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자꾸 자루가 되려고 하니까 문제가 되는 거죠”라고 솔직하게 지적했다.
실제로 ‘자루’역의 이씨는 난관에 부딪힌 듯 했다. 바로 소외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100% 구사해내기가 어렵다는 것.
“자루가 겪는 고통과 외로움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가슴으로는 완벽하게 오지 않아서 힘들어요”라고 고백했다.
어려운건 ‘순이’라는 역의 문경희씨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순이’라는 역에는 대사가 없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돈을 벌려고 한국에 왔다가 금옥네 식당에서 노예처럼 일하게 되는 순이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국말 한마디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바로 말을 알게되면 자신들과 비슷한 인간이 될거라 염려한 금옥이 그렇게 가둬둔 것이다.
문씨는 “몸짓으로 대화해서 표현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어요”라며 “순이 역할은 몸자체로 교류할 수 있는 대화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인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화제를 돌려 작품만큼이나 연습실 분위기가 꽤나 진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옥’역의 조은경씨는 웃으며 “초반에는 가볍게 하고 그랬는데 막바지라 섬세하게 풀어야할 것들이 있어서 연출이 일부러 더 무게도 잡고 그러는 것이에요”라고 설명했다.
다른 배우들도 항상 이렇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문씨는 소수자에 대한 편견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진정성있는 작품으로 다가가고 싶다고 밝혔다.
참을수 없이 가벼움이 넘치는 세상,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열정으로 달구고 있는 배우들의 진정성이 관객에게 어떻게 파고들지 궁금하다.
연극 ‘주인이 오셨다’는 21일부터 5월 1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문의 3279-2233.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