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가 하면, 그리스가 채무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1년이 지났지만 유로존 재정위기는 원점에서 걷돌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올해로 출범 12주년을 맞은 유로화 체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불을 댕긴 그리스는 지난해 5월 EU와 IMF로부터 3년간 1100억 유로를 지원받기로 했지만, 강도 높은 긴축정책이 경제를 침체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2009년 -2.0%였던 성장률은 지난해 -4.5%로 악화됐고 올해도 역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리스중앙은행은 올해 성장률이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사이 실업자수는 지난 1월 75만7000명으로 불어났고, 실업률은 15.1%에 달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실업자는 9만명, 실업률은 3.8%포인트 뛴 것이다. 그리스 중앙은행은 올 연말 실업률이 18%에 이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문제는 역효과를 내고 있는 재정긴축안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이 유럽 실물경제학자 5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46명이 그리스가 2년 안에 채무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채무조정은 채권 만기를 늦추거나 이자나 원금을 줄이는 것으로 시장의 불신을 초래해 재정불량국들의 국채 수익률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도 커진다.
이런 우려는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14%대로 치솟았고,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를 웃돌고 있다.
독일 국채 대비 그리스 국채(10년 만기)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도 11%포인트로 확대됐다.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1년 전에 비해 격차가 5%포인트 이상 커진 것이다.
재정위기의 전염력이 꺾이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리스발 재정위기는 이미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을 넘어 스페인으로 퍼질 태세다.
유로존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는 2750억 유로 가량이지만, 스페인마저 국제사회에 손을 벌리게 되면 최소 3500억 유로가 더 필요하게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의 지원 한도인 4400억 유로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