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1년반 이상이나 남겨놓은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라도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의 개각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경제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콘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의 또다른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정유사 팔비틀기' 논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등 정부 최고위층에서조차 기업 비판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수장의 부재는 악재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연기금의 대기업 주주권을 적극 활용'하겠다며 삼성, 포스코, KT 등 대기업 실명을 직접 거론한 것은 경제회복의 견인차가 돼 온 재계에 직격탄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두언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조차 비판 발언에 가세하면서 현 정부 캐치프레이즈인 '비지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형)' 정책에 대한 신뢰는 곤두박칠 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윤 장관의 교체는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사실 윤 장관이 이를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쳤던 2009년 2월 취임한 이후 2년여에 걸쳐 윤 장관이 특유의 카리스마로 위기극복의 선봉장 역할을 해 왔다는 긍정적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국회 질의답변 과정에서 "짐을 내려놓고 싶다"고 피로감을 호소한 것은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대세다. 여야를 막론하고 물가고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현실에서 경제를 책임지고 진두지휘해야 할 수장으로서는 스스로 정책 추동력을 상실케 한 대 대한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더욱이 야당의원들 사이에서 저축은행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허용을 놓고 당시 금감위장이었던 윤 장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윤 장관을 대체할 만한 컨트롤타워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잖아도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지지부진한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상당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부채급증으로 국가 재정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공기업 개혁과제 역시 물건너갈 공산이 크다.
우선 최고의 엘리트 집단임을 자부하면서 정부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재정부 관료들이 술렁이고 있다. 관료들의 속성상 후임 장관이 누가 오느냐에 따라 출세가도가 계속될지, 멈출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속칭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정권 말기로 갈수록 관료들의 '줄서기'가 극성을 부려왔다는 점에서 후임 장관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이들을 다잡을 수 있을지는 벌써부터 회의적인 시각이 거세다.
한 경제전문가는 "물가불안과 성장률 정체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수장의 부재는 우리 경제에 악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며 "더욱이 현 정부의 인재풀이 상당수 소진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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