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역 갈등의 원인이 된 국책사업들에 대한 조정력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민심과의 괴리로 ‘국정의 고립’을 자초하면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 및 대통령선거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든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버린 게 여권의 현주소다.
◇MB 미래비전 전략 ‘부재’…대국민 소통 ‘실패’
우선 이명박 대통령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전략은 물론, 국민과 소통하고 지역민을 설득하는 흡인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내세운 거시 경제정책 기조인 ‘7·4·7(7% 성장, 4만 달러 소득, 7대 강국)’ 공약이 미국발 금융위기와 함께 몰락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후 명확한 정책목표를 새로 설정하지 못한 채 임기말로 치닫고 있다.
동남권 신항공 백지화에 따른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둘러싸고 지역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지역민 직접 설득 등을 포기했다. “과학벨트위원회가 입지를 합리적으로 선정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은 채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개헌이나 공정사회 건설 등 ‘거대 담론’을 거듭 설파하고 있어 이를 민생현안의 도피처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신공항 등 지역핵심사업을 왜 그렇게 처리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고, 김성식 의원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정치과정이 없었던 것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 등 복합적 원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당정간 이견 조율 상실’…전세난 등 ‘정책실패’
정부가 ‘부처간 이견조율’ 등에 실패해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위기를 확대 재생산한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저축은행 부실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는 작년 10월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 투입을 구체적으로 검토했으나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무산됐다. 저축은행 부실사태를 조기에 진화할 수 있었지만 그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금융위가 지난해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청와대에 전달했으나 주요20개국(G20) 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당국의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대여당 조율능력도 상실됐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초 3·22 주택거래활성화 대책 발표에 앞서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를 제외한 나머지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 등 여당 내의 반발로 관련법이 국회에 2년 동안 발목이 잡혀있다.
법정이자 상한율 제한과 관련해서도 당정간 의견 조율은 실패했다. 지난달 4일 당정은 법정이자 상한율을 현행 44%에서 39%로 낮추는데 합의다. 그러나 한나라당 서민대책특위가 상한율을 30%로 낮춰야 한다고 강력반발하면서 4월 국회처리가 불발로 돌아갔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자제한 등 민생법안에 대해 관계부처가 얼마나 부실한 대안을 냈으면 한나라당이 반대를 했겠느냐”며 “친소관계에 따라 의원들과 접촉해선 공무원들이 생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청와대 눈치보는’ 일방적 당청관계…여당 ‘존재감 상실’
집권 한나라당의 무기력도 문제다. 당청 수평적 관계를 주창한 ‘안상수 체제’는 연초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파동을 겪으면서 청와대에 굴복하고 말았다. 당시 여당은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진 정동기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당청간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되던 지난 1월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의 만찬자리에서 당 지도부는 연신 고개를 수그렸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안상수 대표와 내가 대통령께 (대표로) 사과했고, 안 대표는 특히 사과 형식으로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일방적 당청 관계가 지속됐다는 평가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청관계 복원이 최대 문제였다”며 “당이 정부 정책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청와대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줘 결과적으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성식 의원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제대로된 (당청간) 정치과정이 없었다”며 “이런 소통부재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대등한 당청관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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