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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면수 경제부 차장 |
그런데 요즘 수 개의 정부부처와 기업들 사이에서는 ‘산으로 가는 공정위’라는 말이 구전(口傳)되고 있다.
이는 공정위가 최근 본연의 업무인 독과점 규제와 경쟁촉진 이외에도 물가관리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이번에는 청소년 연예인들에 대한 과다 노출까지 메스를 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초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지난 1월3일 취임 후 ‘공정위가 물가감시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물가 잡기를 최우선 목표로 삼은 것은 법상 부여된 고유 기능이 아닐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물가를 잡는 효과를 거두는 것이 공정위의 올바른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공정위 역시 물가 안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이런 식으로 한국은행이나 기획재정부를 제치고, 물가 대책반 역할을 하겠다고 자임하는 것은 억지 논리”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취임 4일 뒤인 지난 1월6일 공정위 내에 물가관리 태스크포스(가격불안 품목 감시, 대응 T/F)팀을 신설하는 등 본격적인 물가관리 작업에 돌입했다.
그 일이(물가관리 논란) 있은 후 3개월이 경과한 지난 4일 김 위원장은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이코노미스트클럽 초청 특강에서 청소년 연예인들에 대한 과다 노출에 대해 메스를 가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내달까지 연예인 표준약관 개정작업을 마친 후 청소년 연예인들에게 과다한 노출이나 선정적인 표현 등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제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약관 개정에는 △‘계약 체결시 연령을 확인해야 한다 △흥행을 위해 선정적인 춤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과다한 시간동안 연예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등의 내용이 담겨질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해외시장을 겨냥한 문화컨텐츠에 대해 공정위가 너무 나서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과다한 노출’에 대한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왜 과다한 노출과 관련해 공정위가 나서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설령, 노출에 대해 제재를 한다면 그것은 경찰 소관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일부 부처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이다.
모 부처 관계자는 “최근들어 공정위가 부쩍 청와대 눈치를 너무 살피는 것 같다”며 “물가관리와 과다한 노출 규제 역시 공정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 논리’가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국가 발전을 위해 보다 생산적인 일을 만들고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공정위는 무엇보다 독과점 규제와 정당한 경쟁을 위한 시장 환경을 조성에 앞장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 공정위의 경우 가장 시급한 것은 물가잡기와 과다노출 규제가 아닌 선택과 집중이 적절히 조합된 본연의 업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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