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유럽 기업들이 그리스 의회의 긴축안 승인으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누그러지면서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전날에만 임페리얼토바코, ING, 토털 등 유럽 주요 기업은 물론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에프, 크로아티아도 지방채와 국채를 새로 발행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한동안 회사채 발행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렌던 모런 소시에테제네랄 회사채 부문 공동 대표는 "아직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9일 그리스 의회의 투표 결과는 시장에 호재가 됐다"며 "창문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하는 만큼 이번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처럼 회사채 발행이 이어지자 시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영국 담배회사 임페리얼토바코는 8500만 유로 어치의 7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입찰 개시 30분 만에 20억 유로가 몰리더니, 막판에는 40억 유로로 늘어났다. 새로 발행된 회사채 금리는 기준금리(Mid swap)에 147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가 가산됐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최근 고조되면서 유럽 회사채시장은 요며칠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여름 휴가까지 겹쳐 시장 폐쇄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지난달 1일부터 29일까지 글로벌 회사채시장 발행액은 1640억 달러로 전달에 비해 55% 급감했다. 지난해 5월 그리스가 국제사회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그러나 지난 29일 그리스 의회가 정부의 긴축안에 오케이(OK) 사인을 보내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위기 속에 안전자산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이 다시 위험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마킷에 따르면 '정크(junk)' 등급인 하이일드 회사채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i트랙스유럽지수는 전날 401bp로 34bp 내렸다.
필립 브래드쇼 RBS 유럽 회사채 부문 대표는 "전날의 채권 경매 실적은 투자자들이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재개할 준비가 됐다는 뚜렷한 신호"라며 "앞으로 수일간 회사채 발행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길을 닦은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그리스 재정위기와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 속에 채권시장의 권력이 발행자에서 투자자에게 넘어가, 투자자들이 앞으로 더 많은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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