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연합뉴스 기자가 찾은 전원마을은 서울 속 하나의 섬이었다.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긴 데다 유선전화 조차 끊겼다 이어졌다를 반복했다.
이날 새벽부터 내린 집중 호우로 인근 야산의 토사가 전원마을을 덮쳐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9시께 전원마을 인근 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마을을 덮쳐 사람들이 매몰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현장 구조 작업을 벌인 끝에 이 같은 인명 피해를 확인했다.
사거리 모서리에 있는 집 주인 정갑균(58)씨는 “대문을 튼튼하게 짓지 않았더라면 차들이 모두 집으로 들이닥쳤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이 순식간에 차오르는 가운데 정씨 집 반지하방 세입자는 정씨와 아들이 방범창을 뜯어내고 창문으로 구출하지 않았더라면 큰 변을 당할 뻔했다.
정씨 이웃에 사는 노인회장 이모씨는 오전 8시를 넘겨 집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 보려고 골목에 나왔다가 갑자기 떼밀려온 토사에 휩쓸려 운명을 달리했다.
사망자 중에는 물이 차오른 반지하 방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5살 아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토사가 전원마을에 들이닥친 것은 오전 8시께. 주민 홍성관(69)씨는 토사가 밀려오던 현장을 자택에서 생생히 지켜봤다.
홍씨는 “높다른 나무 세 그루가 야산 쪽에서 선 채로 서서히 밀려 내려오는 모습을 봤다. 기가 찼다. 주택가 부근에 와서 나무가 전봇대와 턱하고 부딪치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그 순간 나무 뒤에 밀려오던 토사가 순식간에 휩쓸려 내려오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토사는 도로변에 세워둔 차량 십여대를 순식간에 수십m 아래로 쓸어내렸다.
전원식당을 운영하는 김우진(42)씨는 “전원마을은 서울에서 공기 좋고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진 곳”이라며 “이곳에서 태어나고 줄곧 자랐는데 40여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며 황망해했다.
전원마을은 1980년대 후반 수도방위사령부가 도로 건너편에 들어서면서 이주민과 원주민이 모여 형성한 마을이다.
1980년대 후반에 지어졌고 당시 건축법규에 따라 반지하방을 둔 다세대 주택이 많아 이날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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