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골퍼들이 우드나 아이언을 잡을 때 ‘오버래핑 그립’을 한다. 이는 왼손으로 먼저 그립을 잡은 뒤 그 위에 오른손을 덧붙이는 형태다. 요컨대 왼손이 그립에 접촉하는 부분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왼손이 스윙을 컨트롤하게 된다. 왼손이 스트레스와 압박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그 반면 오른손은 그 위에 살짝 감싸주는 정도(보조적인 역할)라야 이상적인 스윙이 나온다.
그립을 한 후 스윙을 하다보면 클럽이 미끄러져 나갈 수 있고, 손바닥이 뒤틀려 물집이 생기거나 굳은 살이 배길 수도 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스윙의 ‘주된 손’이라고 할수 있는 왼손에 장갑을 낀다. 장갑(가죽)은 맨손보다 점착성이 좋기(끈적끈적하기) 때문에 그립을 더 견고히 할 수 있다. 스윙도중 그립이 미끄러지거나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부상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습도가 높거나 비오는 날에는 장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즘에는 클럽의 그립 자체가 점착성이 높게 만들어져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장갑을 끼는 것이 그립을 견고히 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겨울철에, 또는 일부 여성골퍼의 경우 양손에 모두 장갑을 착용하는 일이 있으나 그러면 아무래도 그립이나 스윙 감각이 둔해진다. 지난 2월 미국PGA투어 피닉스오픈 때 날씨가 쌀쌀하자 토미 게이니라는 프로골퍼가 양손에 장갑을 낀 채 플레이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물론 클럽이 미끄러지지 않고 부상당할 염려도 없다면 맨손으로 그립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프로골퍼 프레드 커플스, 리 잰슨은 아예 장갑을 끼지 않고 스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습관이 됐거나, 장갑을 끼지 않아도 스윙하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겠다.
커플스는 지난 2005년 SK텔레콤오픈 출전차 한국에 왔을 때 기자가 “왜 장갑을 끼지 않느냐?"고 묻자 “고온다습한 시애틀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날씨가 더운 데 장갑까지 끼면 더 덥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장갑을 끼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는 뜻이었다. 커플스는 장갑을 끼지 않아도 스윙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프로골퍼 출신으로 골프방송 해설을 하고 있는 조니 밀러는 “커플스와 잰슨이 장갑을 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장갑을 끼지 않으면 불리할 것이다. 두 선수는 장갑을 끼지 않고도 세계적 선수가 된 마지막 케이스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골프할 때 장갑을 끼고 안 끼고는 자유이겠으나 위와같은 이유로 대부분 왼손(오른손잡이의 경우)에만 장갑을 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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