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내년은 총선과 대선 등 재정건전성을 뒤흔들만한 굵직굵직한 정치행사가 잇따라 예고돼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지출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내로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이같은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 지 현재로서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이럴 경우 이명박 정부의 최대 정책목표였던 일자리창출과 서민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연말 각 지자체의 보도블럭 교체 등 불요불급한 예산낭비 사례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점도 건전재정을 위협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 내년 총선·대선…한국도 재정 '지뢰밭'
글로벌 재정위기가 최소 2년간 세계 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 예산편성 작업이 막바지로 접어든 시점에서 날아든 이같은 소식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 국가에 직격탄으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4.5%로 하향조정한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잠재성장률을 위협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일로다. 그나마 수출이 잘되고 있지만, 향후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반도체 가격이 최근 20% 가량 급락하는 등 벌써부터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가마저 4%대를 넘어 5%를 향해 치닫고 있어,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상황은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내년 총선과 대선 등으로 여야가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할 선심성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어 근심을 더하고 있다.
◆연말까지 예산 낭비사례 집중점검
정부가 연말까지 각 지자체의 불요불급한 예산집행 사례를 집중 점검해 낭비요소를 막겠다는 방침이지만, 뜻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낭비요소와 절약요소를 구분할 수 있는 툴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연말 재정소요를 고려해 집행을 뒤로 미뤘다가 미집행실적이 다음해 예산편성에서 삭감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기 위해 보기에도 멀쩡한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등 시민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예산집행 심의를 보다 엄격하게 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시급한 과제"라면서 "낭비사례와 절약사례를 꼼꼼히 체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안이 지출한도를 자의적으로 초과했거나 다른 사업을 증액하기 위해 의무지출이나 경직성 경비를 줄여 제출한 경우에는 기본경비 삭감 등의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인건비 축소 ▲환율 등 공통기준 미적용 ▲보험금여·출연금 등 의무적 지출 축소 등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여타 사업을 증액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철퇴를 가한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올인…재정안정 제대로 될까
재정부는 내년에도 '2단계 서민희망예산'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김규옥 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은 "내년 예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일자리 창출"이라면서 "근로의사를 갖고 있는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각 부처가 요구한 예산·기금안은 최근 5년래 최대 증가율인 7.6%, 332조6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2010~2014년 중기재정운용계획' 편성 당시 예상했던 324조8000억원을 8조원 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글로벌 재정위기를 계기로 재정총량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경직적 지출요구가 19조5000억원이나 늘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재정부 내에서는 예산편성이 임박한 시점에서 부처별 요구안을 대폭 삭감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김규옥 심의관은 "세입이 늘어나는 만큼 예산도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 양상"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심의권을 갖고 있는 지출예산감시가 그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지출예산심의가 예산편성보다 엄격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올해 정기국회에서라도 낭비·중복사례를 철저히 파헤쳐 예산편성시 페널티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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