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옥죄기에 따른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민금융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던 당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6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난 6월 29일 이후 햇살론과 새희망홀씨 대출 등 서민금융 상품의 취급 실적이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모를 축소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민가계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서민금융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는 당국의 기대에 배치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농협의 햇살론 잔액은 지난 6월 말 4484억원에서 8월 말 4382억원으로 대책 발표 후 1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1월만 해도 햇살론 신규 취급액이 187억원 수준이었으나 7월과 8월에는 각각 147억원과 167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신협의 월평균 증가액도 대책 발표 전 102억원에서 대책 발표 후 111억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신협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후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부실 대출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대출 증가세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취급하는 새희망홀씨 대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의 새희망홀씨 대출 월평균 증가액은 지난 6월 말까지 136억원이었지만 7월 이후부터 121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140억원에서 80억원으로, 하나은행은 100억원에서 7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국민은행은 89억원에서 69억원으로 감소했다.
은행들은 새희망홀씨 연간 공급 목표를 당초보다 2000억원 확대키로 지난 7월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이후 가계대출 옥죄기가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금융 지원까지 위축되면서 가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뇌부는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출을 하고 서민금융도 확실히 챙기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의 반응은 덤덤하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수익 창출력이 낮은 서민금융 상품 취급을 소홀히 하는 ‘태업’을 통해 대출 운용에 대한 당국의 지나친 간섭에 반항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송태정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금융회사의 구체적인 영업 행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와 금융권의 인식 차이가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대부업 등 사금융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돈 빌리려는 사람은 많은데 빌려줄 사람이 돈을 풀지 않으니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며 “금리가 올라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으면 사금융으로 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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