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새책> 별이 엄마는 시간강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1-09-25 16:0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이예선 지음/멘토 펴냄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여기 한 여인이 있다. 딸이란 불행의 이름으로 태어나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8대학에서 교육학박사를 취득한 여자.

평생 투병생활하며 시시때때로 엄습하는 통증장애로 드러눕곤 하지만, 일상적으로 눈뜨면서 잠들기 전까지 성경책을 읽고 하나님 안에 모든 인생들, 삶의 멍에도 지울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한 신앙인이다.

아직도 내일의 꿈 키우고 평생 자발학습을 실천하며 지자체 단체기관에 보따리장사가 아닌 거룩한 사명감을 안고 발로 뛰며 강의하는 여자, 별이 엄마 이예선.

이 책 '별이 엄마는 시간강사'는 저자가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어쩌면 돌이켜 보고 싶지 않은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경북 안강의 들판, 12세의 소녀가 자살을 결심하고 강물을 바라보며 자신의 짧은 인생을 정리하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병약했던 저자는 아버지가 일을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가정을 이끌었던 어머니와 가족들의 뒷바라지를 했던 큰오빠를 비롯한 2남 4녀의 형제관계에서 유난히도 따돌림 당했다.

그러나 인상 좋게 다가온 아저씨의 말 “니 한복집 딸래미 아이가?”란 말에 의해 자살시도는 불발로 그친다. 공부 말고는 잘하는 게 없었던(?) 소녀는 동네 아이들을 모아 한글을 가르치고 당시 돈 18원을 저금한 또순이기도 했다.

온갖 어려움에도 당시 대구에서 과외선생으로 유명했던 그녀의 꿈은 교사가 되는 것. 그 꿈을 위해 본고사장에 들어가던 그녀는 가족들로부터 어이없게 납치를 당한다. 그

리고 자신을 학대한 가족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친 시간만도 1년. 이후 어렵사리 입학, 결혼, 시어머니의 폭력, 출산 등 순탄치 않은 생활을 하던 그녀가 서른의 나이에 불현듯 유학길에 오르는 모험을 한다.

그곳에서 맞이한 사람들의 사랑과 나눔에 잠시 안정감을 찾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약골이었던 그녀의 건강은 더욱 악화됐고, 고국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별이마저 떠안은 채 학업을 마쳐야 하는 힘겨운 과정이었지만, 결국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게 된다.

하지만 귀국해서는 대한민국의 대학현실과 마주하고 또 다시 절망을 한다. 그리고 44세의 나이에 ‘쇼그렌 증후군'과 섬유근육통 증후군이라는 불치의 병을 확진 받은 그녀는 “속이 다 후련했다”라고 말한다. 어린시절부터 꾀병이라고 말하던 탓에 그 억울함을 풀 수 있어서였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그녀는 이제 병도 친구가 되어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으로 인해 무엇보다 괴로웠던 것은 원고를 써 나가면서 잊었다고 생각한, 중첩되어 있던 과거가 하나씩 펼쳐지고 그것을 냉정하게 써야만 했다는 점이다. 글을 쓰면서 과거의 악몽으로 격해진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고 가해지는 현실의 육체적 고통이 그녀를 괴롭혔다.

하지만, 네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의 ‘생명이 있는 한, 사람은 무엇인가 바랄 수 있다’라는 말처럼 이제는 모두 뒤로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사람들에게 행복의 증거로 남고 싶은 마음이 원고를 완성하게 했다.

12세의 꿈 많았던 문학소녀가 이제는 4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이 자리에 서 있다.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기로에 선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절망을 금지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타인의 고통으로 점철됐던 삶을 엿보는 가학적 관음증을 만족시키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온전히 한 개인이 겪은 절박하고 소중했던 그러나 짓눌리고 상처받은 영혼이 만들어낸 현실의 분투기이자 희망의 노래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