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금융연구소 조용찬 소장
올해 8월 이후 중국신문을 읽다 보면, '감소', '둔화', '하락'과 같은 단어가 부쩍 많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중국경제를 이끌어 왔던 트로이카 경제인 투자, 소비, 수출이 동시에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긴축정책의 영향으로 건설수요가 위축되면서 트럭판매가 올해들어 -15.9%를 기록했고, 시멘트·철강과 같은 소재산업을 비롯해 냉장고·세탁기 등 내구재산업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재고와 기업 대출이다. 상장기업의 재고자산은 상반기 530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9.9% 증가했다. 7대 은행의 대출은 560조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30% 이상 늘었지만, 기업들은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상업용 부동산을 사거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고리대를 놓는 '위탁대출'이 만연해 있다. 인플레이션 억제와 집값거품을 잡기 위해 실시하는 금융긴축정책이 중국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부추겨 '도산 러쉬'가 전국적으로 번지면서 '경기 경착륙'을 전망하는 경제예측기관들이 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하십니까? 바로 대출됩니다' '대출절차, 1분, 즉시 대출' '자동차 담보 당일대출, 전화 1347-XXXX'라는 휴대폰 스팸메일을 중국인들은 자주 받는다고 한다. 휴대폰 스펨메일을 보고 불법 고금리업체, 미등록 대부업체를 찾아가 보면, 대부분 업종을 전화한 부동산업체들이다.
지난 7월 저장성에선 '민간금융의 금리가 100%를 넘었다'는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른바 '지하금융'의 금리는 연간 120%, 180%로 살인적이다. 중국인민은행은 민간금융의 금리를 법정 기준금리의 4배로 규정이 있다. 1년 물 대출금리가 연 6.31%이니까 4배는 25.24%이다. 연리 100%는 기준금리의 약 16배에 해당하는 만큼, 중소기업이 민간금융에 돈을 빌리는 순간, 경영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수요가 많고, 연리 100%의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는 민간금융이 유망산업으로 떠오르자 은행·전당포·투자회사·임대회사·담보회사·상장기업도 고리 대금 사업에 속속 참여하면서 전문 브로커를 둘 정도로 불경기에 민간금융시장만은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최근 '담보 없는 3일 대출'이라는 상품이 유행하면서 지난 7월에만 은행권에서 1130조원이 넘는 자금이 지하금융시장으로 빠져나갔다. 이로 인해 중국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이 매우 복잡해져 정부의 금융정책이 이전보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감소했다.
'경기 연착륙'을 위해선 금융긴축정책을 풀면 되지만,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가져올 사회불안을 중국정부가 무엇보다 두려워하고 있어 쉽게 풀 수 없는 형편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이론지인 구시(求是)에 기고한 글에서 '물가 수준의 안정이 최우선 과제이며,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 물가억제 목표인 4%로 떨어질 때까지 긴축정책은 지속될 전망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2012년 가을 5년마다 열리는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경제운영성과를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물가가 안정되면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다시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여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연착륙'이 진행될 전망이다.
당분간 중국경제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지 않고, 엑세러레이터를 동시에 밟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레이크는 금융긴축정책 유지, 부동산투자·투기억제, 에너지절약·환경보호를 중시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또한, 엑세러레이터는 5년간 1700조원이 투자되는 전략성신흥산업, 민간투자, 보장성 주택건설을 앞당겨 실시하고, 10년간 680조원을 들이는 수리시설 건설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