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거펠트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5년전부터 후지카메라로 패션사진을 찍으며 전문 사진가로서도 명성을 쌓아왔다.
‘진행 중인 미완성 작품(Work in Progress)’이라는 전시 타이틀처럼 그는 패션, 스케치 사진이라는 세가지 일을 하며 지루할 틈이 없는 생활로 과거보다 미래를 지향한다.
질끈 묶은 은발의 머리와 검은 선글라스가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1938년 독일에서 태어나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로 30년, 펜디의 책임 디자이너로 50여 년간 활동해오며 세계 패션계를 주름잡았다.
16세때 국제 의류디자인대회에서 여성코트부분 1위를 수상하면서 패션계에 발을 디딘 그는 이후 바로 학교를 그만두고 피에르 발망 보조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한 것은 1987년 샤넬 컬렉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사진을 찍으면서부터다.
라거펠트는 아날로그 카메라부터 폴라로이드,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패션은 물론, 인물, 누드, 정물, 풍경, 건축 등 다양한 장르에서 상업성과 실험성을 갖춘 작품을 선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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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모든 작업은 진행형이며 발전해야 한다’는 라거펠트의 지론이 반영된 전시명처럼 이번 전시에는 70대에도 여전히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그의 작품세계를 짚어본다.
또 최초로 공개되는 샤넬과 펜디의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을 포함한 최신 패션 사진과 라거펠트의 뮤즈로 주목받았던 모델들의 인물사진, 건축·풍경·실험사진 등 수십 년간 작업해온 작품 400여 점이 전시된다. 패션대가답게 욕망의 경계를 넘어선 현란하고 적나라한, 상업성과 실험성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이다.
11일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상인터뷰를 공개한 라거펠트는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 이외에는 도전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사진가를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카메라에 집착하지 말고 작업할수 있어야 한다"며 "자신만의 개성과 관점이 있다면 빨리 깨달을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한국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미술에는 관심이 많다"면서 "한복을 좋아한다. 상의 짧은 것이 매우 쉬크하고 아름답다. 한국 문화는 고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뷰 말미,마지막으로 한마디 해달라는 말에 "마지막이라는 말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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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거펠트의 사진전 '워크 인 프로그레스(Work in progress)'를 기획한 게르하르트 슈타이틀이 칼 라거펠트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번 전시는 파리 ‘유럽사진의 집’과 이탈리아 로마 국제문화센터를 거쳐 한국에서는 이번에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며 이후 영국 런던의 사치 갤러리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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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미술관 전경. |
1996년 대전에 설립한 대림미술관은 2002년 서울로 이전, 2006년부터 사진전문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패션지기자 출신 김신 부관장은 "앞으로 패션사진전뿐만 아니라 일러스트, 제품디자인전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칼 라거펠트 전시는 내년 3월18일까지.(02)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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