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효율 높이고, 원료 수입선 바꾸고=전자업계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미국 내수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에서 생산한 TV·가전·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의 30%는 미국으로 수출된다. 업체들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원가 절감과 비용관리를 체계화하는 방법으로 경기 변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D램 반도체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며 반도체 부문의 실적둔화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미세공정 경쟁력이 강화돼 원가절감 효과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그간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와 대만 업체들로부터 LCD TV용 패널을 공급받았으나 60인치 이상 대형 LCD TV용 패널에 대해서는 일본 샤프와 공급 협상을 논의 중이다. 부품 수급처를 다변화해 원가 절감을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제품을 수출할 때 경유지 체류시간을 줄이거나 재고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등 전체적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해 비용을 줄일 것”이라며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관리 부분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품 모듈화·플랫폼으로 비용절감=자동차업계는 부품의 모듈화와 통합 플랫폼 작업을 지속 추진하며 원가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부품 모듈화는 많게는 4만여 개에 달하는 부품을 자동차 부위별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즉, 제작과정을 단순화해 각종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운전석·섀시·프런트엔드 모듈 등이 있다.
자동차 플랫폼 통합이란 서로 다른 차종의 바디와 섀시를 통합 운영함으로써 개발·제작·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효율화하는 것이다. 가령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K5는 동일한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현대차에서 통합 플랫폼이 적용된 차량은 지난해 판매량 기준 전체의 32%에서 올 상반기 61.6%로 올라섰고, 올해 평균으로는 67%까지 더 오를 예정이다. 2013년까지는 현재 복잡한 플랫폼을 차급 크기나 종류에 따라 6개로 통합, 이후 4개까지 줄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 7월 현대차 2분기 경영설명회에서 “브랜드 강화 정책과 함께 모듈화·플랫폼 통합으로 원가경쟁력을 갖추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동산 저가공세… ‘적의 무기를 이용’=석유화학업계는 중동산 저가 제품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고유가로 인해 원유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국내 업체가 가스로 만든 중동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에 밀리는 것. 중동 업체들은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을 바탕으로 물량을 쏟아낸다. 중동에서 생산된 화학제품 중 가스로 만든 제품이 70%에 육박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북미와 중국 등에서도 가스 기반 제품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찾아낸 해법은 가스전에 투자하는 것이다. LG화학은 지난 8월 말부터 카자흐스탄의 천연가스 개발에 나섰다. 카자흐스탄에서 가스를 개발하고 현지에 공장을 지어 중동과 동등한 원가 수준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호남석유화학도 같은 달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 개발에 뛰어들었다. 마찬가지로 수르길 가스전을 개발하고 인근에 생산기지를 건설, 폴리에틸렌 등 화학제품을 생산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태양광, 힘겨루기 본격화… ‘중국산 만만찮네’= “중국 업체의 공격적 가격인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 태양광 폴리실리콘 메이저인 OCI는 최근 중국 경쟁사의 저가공세에 맞서 선전 포고를 했다. 저가의 물량공세를 펼쳐온 중국 업체는 품질 경쟁력이 떨어져 국내 업체와는 시장이 차별화됐었다. 하지만 최근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가격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OCI는 설비 증설을 계속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OCI는 오는 11월 폴리실리콘 제3 공장의 디보틀네킹(병목구간을 없애 생산효율을 높이는 것)을 통해 총 생산능력을 연산 4만2000t까지 확대한다. 또 2013년 말까지는 제4, 5공장을 신설해 총 8만6000t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후발주자는 물론 햄록과 바커 등 세계 메이저들과의 경쟁에서도 앞서 나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설비고도화로 원가절감… ‘뿌린대로 거둔다’=설비증설은 생산능력은 물론 원가경쟁력에도 큰 도움을 준다. 새로운 공법을 적용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 유화업계 관계자는 “한번 설립한 공장의 공정을 바꾸는 것은 힘들다”며 “최근에 증설한 업체들은 신공법을 적용해 원가경쟁력 면에서 경쟁사들을 앞서나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유업계의 고도화설비가 대표적 사례다. 고도화시설은 벙커C유 등 값싼 중질원유를 분해해 휘발유와 경유 등 비싼 경질유로 만드는 시설이다. 따라서 중질제품 생산비중이 큰 값싼 중질원유의 도입비중을 높여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제 3고도화설비를 준공하고 현재 제4 설비도 짓고 있는 GS칼텍스는 신규 설비에 새로운 공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감압가스오일 유동상촉매 분해시설(VGO FCC)이 그것. 이 시설은 기존 시설에 비해 압력이 낮고 수소를 사용하지 않아 건설비용과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이 설비를 통해 연간 4000억원의 수익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