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거래 동아제약·GSK 과징금 5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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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0-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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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렴한 복제약 출시 차단 ‘역지불 합의’
- 공정위, 미국 이어 세계 두 번째 제재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국내 1위 제약사 동아제약과 세계 4위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이 복제약 출시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전적 거래를 하다 52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GSK가 자사 제품의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제조사인 동아제약에게 기출시된 복제약 철수와 경쟁 의약품을 제조·판매하지 않는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지급하기로 한 담합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GSK에 30억4900만원, 동아제약에 21억24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국내에서 처음 이뤄진 ‘역지불 합의’에 대한 제재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역지불 합의(Pay for Delay)란 신약 특허권자와 복제약사가 특허 분쟁을 취하하고 경쟁하지 않기로 하는 대신 신약사가 복제약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로 하는 행위다.

신약과 효능은 동일하면서도 가격은 싼 복제약이 시장에 출시되면 신약의 약가가 인하되고 점유율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거래다.

◆ 동아, 복제약 미출시 조건으로 돈 받아
공정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1998년 온단세트론 성분의 항구토제 ‘온다론’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GSK가 개발한 항구토제 ‘조프란’과 성분은 같으나 제법을 달리하며 제법 특허도 취득했다.

조프란의 특허는 2005년 종료되지만 제법이 달라 시장 진입은 무난히 이뤄졌다.

온다론은 가격 경쟁력도 있었다. 1998년 9월에는 조프란 대비 90%, 이듬해 5월에는 76%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했다.

GSK가 1999년 3월 동아제약에 특허침해 경고장을 발송하자 동아제약은 자신의 특허가 정당하다는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GSK는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양사간 특허 분쟁이 발생했다.

이 싸움은 2000년 마무리됐다. 양사는 1999년 12월 의향서를 교환하고, 이듬해에 특허 분쟁을 취하했다.

취하 조건은 동아제약이 출시한 온다론을 시장에서 철수하고 조프란은 물론 항바이러스제인 ‘발트렉스’와 경쟁할 수 있는 어떠한 제품도 개발·제조·판매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프란의 국·공립병원 판매권과 당시 국내에 미출시된 발트렉스의 독점 판매권이 동아제약에 주어졌다.

◆ 양사 수억 부당이익…소비자만 피해
복제약 철수와 동일 제품군에서 경쟁하지 않기로 한 양사의 담합은 올해 10월까지 10년 이상 계속됐다.

이 담합으로 인해 GSK가 올린 부당 매출은 160억원에 달했다. 동아제약은 인센티브로만 16억원의 부당 소득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소비자는 저렴한 복제약이 출시되지 않아 비싼 신약을 계속 구입해야 하는 피해를 입었다.

소비자의 약값 부담은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가중 시켰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신약 특허권자인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복제약사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 복제약 출시를 차단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한 한국판 ‘역지불합의’의 첫 사례”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의 저렴한 복제약 선택권을 박탈함으로써 직접적인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킨 담합행위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제약사의 역지불 합의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신 국장은 “지난해부터 여러 제약사의 거래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며 “다국적사와 국내사 간 거래 내역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 GSK “어떤 위법 행위도 없다” 반박
공정위의 처분에 대해 GSK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GSK측은 동아제약과 조프란과 발트렉스 관련 계약을 체결하면서 특허권의 정당한 행사를 했으며 역지불 합의를 포함한 그 어떠한 위법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GSK는 “조프란과 발트렉스의 계약은 동아제약이 발매한 복제약의 철수에 대한 대가성이 아니므로 역지불 합의가 성립 될 수 없다”며 “공정위가 이 건을 역지불 합의로 보고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적절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주장하는 계약은 2005년 기간 만료로 효력을 상실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GSK는 “동아제약과 오랜 기간 추가 협상을 통해 2005년 이후 새로운 별도 계약을 체결했다”며 “공정위는 관련 상품과 위반기간을 확대 해석하는 무리수를 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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