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에 이은 미국·유럽 재정위기로 국내외 주요기업은 올해 수시로 사업계획을 바꿔야 했다. '쪽대본 경영'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왔다.
반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라는 예외도 있었다. 두 회사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으로 경쟁업체를 압도했다. 강력한 오너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위기를 되레 기회로 바꿨다.
1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은 10월 말 238조831억원으로 재정위기가 불거졌던 6월 말 232조366억원보다 2.6% 증가했다. 국내 상위 10개 대기업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시총이 늘었다.
시장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달성한 삼성전자 시총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시장예상치보다 1조원 가량 많은 4조2500억원에 달했다.
국내외 경쟁업체가 대부분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건희 회장 '위기론'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2010년 3월 경영 복귀 후 도요타 리콜사태나 애플 쇼크처럼 삼성 브랜드에 균열이 일어날 수 있는 시점마다 위기를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에 재정위기가 불거졌을 때에는 인사 스타일마저 바꿔가며 조직에 끊임없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최고경영자(CEO) 실적이 부진해도 연말 정기인사까지 기다렸던 과거와 달리, 이 회장은 올해 들어서만 3차례 사장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세계 IT환경이 10년 만에 가장 큰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며 "이 회장이 수시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것은 위기를 발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또한 질주를 이어갔다. 3분기 매출 18조9540억원, 영업이익 1조9948억원, 순이익 1조9183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4.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8.9%, 당기순익도 20.7% 늘었다.
이런 성취는 정몽구 회장이 10년 전 품질혁명에 승부를 걸고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10년 10만마일 보장'이라는 배수진을 쳤을 때만 해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에서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했을 때 역시 신차 구입자가 일자리를 잃을 경우 자동차를 되사준다는 승부수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정몽구 회장으로 대표되는 오너십이 위기 속에서 재발견되고 있다"며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오너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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