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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우화등선 羽化登船 우화정에서 배를 타다.(부분확대)/1742년 비단에 수묵 담채35.5 x 96.6 cm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미술사학자 이태호(명지대)교수는 이 그림을 보고 흥분이 가시질 않았다. 그의 '박연폭포' 그림을 보고 온몸이 전율해 뒤로 나자빠진 경험이 있는 이 교수는 이 그림을 보면서 같은 흥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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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
이 그림은 1742년 겸재(1676~1759)가 67세때 그린 '우화등선'과 '웅연계람' 이다. '연강임술첩'을 제목으로 단 화첩에 들어있다.
겸재 정선이 양천현령 시절, 경기도 관찰사와 연천현감과 임진강에서 '뱃놀이 이벤트'를 기념한 그림이다. 마음이 느낀대로 그리는 겸재의 작품과 달리 이 그림은 보이는대로 정직하게 그렸다는게 특징.
18세기 중반 임진강(연강)에 배를 띄우고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기는 사대부들과, 부드러운 강줄기, 부벽준으로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을 담아낸 화폭은 드라마틱하다.
영화스틸 컷처럼 세세하게 그려졌다. 뱃놀이를 시작하면서부터 강 한가운데서 즐기고, 어둑어둑해져 땅거미 질때 횃불로 마중나온 하인들 움직임까지 담아낸 이 그림이 일반에 첫 공개된다.
이 화첩의 발문에 따르면 뱃놀이를 즐긴 세사람이 각각 한첩씩 나누어 가졌다.
실제로 그동안 한벌만 전해왔다. 이번에 일본에 반출됐던 것을 한 컬렉터가 십수년 전 되찾아와 소장하다, 동산방화랑과의 인연으로 큰맘먹고 선보인다. 화첩 원형대로 소개되는 이 그림은 이젠 두벌을 찾은셈이다. 한벌의 행방은 아직 묘연하다.
29일부터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대표 박우홍)에서 개막되는 ’조선후기 산수화전-옛그림에 담긴 봄 여름 가을 겨울’전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지난 3월 조선시대 후기 회화를 대거 선보였던 동산방 화랑의 '옛 그림전' 2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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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웅연계람 熊淵繫纜 웅연나루에 정박하다.비단에 수묵 담채 /35.5 x 96.8cm( 부분 확대) |
이교수는 "정선이 그림에 집중하며 회화적 성과를 본격적으로 낸 것은 60대 중반이후로 여타의 화가로 치면 늦터진셈이지만 그 화풍과 필력이 청장년기에 해당된다"며 "우화등선과 웅연계람은 '박연폭포' '금강전도’'인왕제색도'의 뒤를 잇는 걸작으로 겸재회화 전성기 최고 명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웅연계람은 회화적으로 우화등선보다 뛰어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같은시간 한꺼번에 그린 같은 필치이지만 나루의 암벽을 중심으로 강변의 구성이나 먹의 농담구사가 한결 시원하고 자연스럽고 달이 뜨는 저녁분위기를 실감나게 살려냈다.
이교수는 이번 ’조선후기 산수화전'의 연강임술첩 신(新)화첩본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올들어 임진강을 세차례에 걸쳐 답사했다. 그리곤 논문에서 실제 촬영한 임진강변 사진들과 겸재의 그림을 상세히 비교했다.
겸재의 진경산수화는 이외에도 이번전시에 서울풍경화로 세검정과 필운대상춘도 소개된다.
한편 이번전시에는 겸재 그림 외에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조선후기 회화의 예술성을 살필 수 있는 문인과 화가 24명의 수묵산수화 50점이 전시된다.
17세기 조속과 김명국의 절파계 화풍 산수도를 시작으로 부벽준법을 중심으로 한 절파계 명대화풍과, 조선후기 산수화의 새로운 경향으로 실제 풍경을 담은 진경산수화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200여년만에 21세기 화랑에 첫 데뷔하는 조선화가의 그림도 선보인다. 선조의 부마인 동양위 신익성의 손자 반봉 신로의는 하릴없이 노는 자신의 처지와 같은 '추우오수'를 전시하고, 숲이 우거진 개울가 정취를 그린 서예가 성당 김돈희(1871-1936)의 ‘임계루옥’ 역시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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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째 옛그림전을 기획전시해오고 있는 동산방화랑 박우홍대표./사진=박현주기자 |
동산방화랑의 이번 전시는 조선후기가 이룩한 회화의 예술성을 재확인해주는 자리다. 전시때마다 관람객이 넘쳐 동산방화랑은 화랑건물을 새단장했다. 외관뿐 아니라 내부 천장도 높이고 모던하게 꾸몄다.
뿐만 아니라 매번 전시에는 미술사학도들을 위한 도판해설과, 첫 공개되는 대표작 논문연구가 담긴 짱짱한 도록도 만들었다. 현대미술강세속 40년째 우리그림, 옛그림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동산방화랑의 저력이다. 전시는 12월 13일까지.무료관람. (02)733-5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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