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삼국지 기행 16-쓰촨성 편> 6-2 삼국지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진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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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0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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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낙규 기자) 취재팀의 차량이 더양(德陽)을 벗어나 두시간 남짓 도로 위를 달린다. 꽤 오랫동안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목적지인 청두(成都)의 삼국지 테마거리 진리(錦里)까지는 한참이나 남았다. 평소 같으면 벌써 도착할 시간이었다고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차량들이 꼼짝달싹 하지 못한다.
답답한 정체의 원인은 퇴근시간이었다. 많은 차량이 한꺼번에 청두(成都)시내로 쏟아져 나오자 그 여파가 고속도로 위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는 거리, 괜찮은 사진을 담으려면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해서 촬영에 임해야하는데 속절없이 도로위에서 시간을 허비해야하는 상황에 속이 까맣게 타는 듯하다.

출발한지 4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청두시내 무후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6:30분. 청두공항으로 가기 전까지 3시간 남짓 남은 시간 이곳 청두의 진리거리에서 쓰촨성 삼국지 무대의 마지막 탐방이 이뤄진다.

진리거리 앞 커다란 나무아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마치 진리거리를 안내하는 이정표처럼 사람들은 그곳에서 약속을 잡고 만남을 기다린다. 진리거리 안으로 들어서니 관광객들의 발길이 널찍한 골목길을 꽉 메우고 있다. 아마 ‘걸어서 삼국지 기행’ 취재 기간동안 제일 많은 인파를 이곳에서 만난 듯 하다. 길거리 보행중 지난 해인들끼리 어깨가 치이고 앞으로 이동하는 것마저 불편함을 느낀다. 바닥에 비춰지는 안내 조명과 처마 밑에 매달린 수많은 등불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왠사람들이 이렇게 많냐고 묻자 안내원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이건 약과지요. 밤이 깊어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 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이곳에서 삼국지와 삼국지 인물을 주제로 추억을 만들지요"

진리거리를 처음 봤을 때 인상은 마치 종로에 있는 인사동과 흡싸한 느낌이었다. 수많은 인파와 각종 기념품을 파는 상점, 술집과 찻집, 갖가지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는 노점들의 모습이 인사동과 너무나 닮았다. 심지어 그 안에 어색하게 자리잡고 있는 스타벅스 커피숍까지도 말이다. 삼국시대의 거리를 재현했다는 진리거리도 스타벅스 커피숍 처럼 거대 외국자본의 힘을 막을 수는 없었나 보다.

진리 거리를 10분쯤 걸었을까 장비 육포집이 눈에 들어왔다.장비로 분장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던 주인아저씨는 영업이 끝났는지 얼굴에 분장은 그대로 둔채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점원들과 뭔가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장비의 후손이 대를 이어서 영업중인 육포집이라고 하지만 워낙 허풍이 심한 중국인들이라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거짓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장비 육포집 인근에는 제갈량이 발명했다는 쇠뇌를 체험할 수 있는 사격장이 있었다. 마치 놀이동산에 있는 인형 맞추기 사격 게임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이다. 과녘은 다섯개 뿐이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쇠뇌를 잡는다. 쇠뇌를 사격하는 모습에 정신이 팔렸음 쯤 진리거리 안 작은 광장이 웅성거리기 시작하더니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무슨일 벌어졌나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살펴보니 어디서 등장했는지 모르지만 독특한 복장에 두사람이 광장 귀퉁이에서 포즈를 취하기 시작하고 이를 본 사람들이 연신 플래쉬를 터트린다.
처음 등장한 사람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황비홍’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복장에 한손에는 지팡이를 다른 한손에는 주판을 들고 있다. 조명이 없으면 한치앞도 안보이는 밤인데도 불구하고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었다. 또 다른 한사람은 황제 복장에 긴 수염을 달고 자신의 얼굴크기 만한 금덩이를 두손으로 들고 있었다. 익살스러운 그들의 모습에 진리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의 긴 행렬이 이어지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아이처럼 즐거워 한다.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를 벗어나 다시 거리를 걷다보니 취재진의 눈길을 끄는 모습이 연출된다. 한 예비부부가 그곳에서 웨딩촬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에서 왔다는 그 예비부부에게 왜 이곳까지 와서 웨딩촬영을 하냐고 묻자 워낙 삼국지를 좋아하고 삼국시대의 저잣거리를 재현한 역사적으로도 의미있는 진리거리에서 사랑의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말한다. 더 말을 걸고 싶었지만 웨딩촬영에 바쁜 그들을 더이상 붙잡아 둘 수 없었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거리를 향하니 갈수록 통행이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여있다. 까치발을 들고 서서 사람들이 몰려든 저쪽편을 살핀다. 조명이 비춰지는 하얀천이 곧 길거리 그림자 연극이 시작됨을 알리고 있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가 하얀천 위에 전개될지 잔뜩 기대에 부푼 표정이었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자 웃음이 나온다. 중국의 전통 그림자 인형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이야기를 풀어나갈줄 알았는데 노란머리에 풍선으로 어깨를 부풀린 안데르센 동화속의 왕자님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차림의 주인공이 마이클 잭슨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모습이었다. 영화 ‘왕의남자’에서 보았던 그림자 연극을 상상했던 나로선 노란머리에 마이클잭슨 음악에 맞춰 춤추는 왕자님의 모습에 다소 실망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림자 연극이 끝나고 흩어지는 인파의 흐름에 몸을 맡긴채 걷다보니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린다. 노랫소리를 따라 발길을 돌리니 작은 노천카페 무대 위 청바지 차림에 통기타를 든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어깨를 감싸고 함께 노래를 흥얼거린다. 비록 삼국시대의 거리를 재현 금리거리와 어울리지는 않는 통기타 연주의 노랫소리였지만 잠시나마 여유로움에 젖을 수 있었다.

노래와 길거리 공연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진리거리의 또다른 볼거리는 먹자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다. 옛 서민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에 들어서니 절로 허기가 느껴졌으나 이런 맞있는 음식을 맛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얼핏 기념품을 파는 상점을 쳐다보니 삼국지 거리 답게 가게 마다 삼국지를 소재로한 기념품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이와 더불어 팬더곰의 고향을 상징하듯 팬더곰 인형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취재가 끝나고 처음에 들어왔던 진리 입구쪽으로 되돌아 나왔다. 안내원의 설명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진리거리 입구로 몰려들고 있었다. 쓰촨성을 무대로 한 우리의 '걸어서 삼국지 기행'도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우리 취재팀은 아쉬움을 남긴채 청두 진리거리의 숱한 인파속을 헤집고 나와 청두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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