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했다며 예산국회 불참을 선언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둘러 지역예산을 챙겨야 할 입장이라 ‘일단 챙길건 챙기자’란 당내 의견이 확산되고 있어 계수조정소위 활동 마지막 날인 29일 등원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8일 계수조정소위를 열고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으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불참으로 심사 재개 문제만 논의하다 바로 정회했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은 예산안을 4년 연속 날치기 처리하려는 것인지 한미FTA 날치기 비준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예산안 파행 책임을 민주당에 미루고 있다”고 비판하며 소위 불참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이 한미 FTA 강행처리 이후 강성 노선을 이어가고 있지만 속내는 편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민주당 의원들 입장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챙겨야 하는 데다, 국회 일정 불참을 지속할 경우 국면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기정 의원이 “예산안 심사에 참여하고 싶지만 가해자인 한나라당이 아무 액션이 없는데 피해자들(민주당)이 어떤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는 사실상 예산안 심사에 참여하고 싶지만 한미 FTA 저지 투쟁이 한창이 현재로선 들어갈 마땅한 명분이 없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고 예산안 심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기도 하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이 전날 “(예산국회 파행의)피해와 부작용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이런 상황이)부담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민주당의 현재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과 함께 한미 FTA 강행처리를 비난하던 자유선진당도 이날 “민주당은 국회정상화에 나서라”며 압박하기 시작한 점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계수조정소위 활동 마지막 날인 29일 등원할 것이란 전망이다.
계수조정소위에서 지역·부처별 예산의 미세조정을 벌이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소위 활동없이 예산안을 승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계수조정소위원 12명 중 한나라·자유선진당 의원이 모두 8명이라 정족수를 채우기 때문에 단독처리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더이상 예산심사를 지체할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민주당 의원이 참여하지 않은 채로 예산안 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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