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한진그룹의 기내 면세품 판매업체 싸이버스카이가 그룹사 지분을 연일 매입하고 있어 주목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3남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매출의 대부분을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관계사들로부터 올린다. 비상장사인 이 기업이 꾸준히 지분 매입을 늘리고 있는 것은 경영권 강화와 승계목적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6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싸이버스카이는 지난 11월3일 처음으로 대한항공 지분 4000주를 사들인 뒤 지난 6일까지 약 한 달 동안 7만6000주까지 보유지분을 늘렸다. 그룹의 지배회사인 한진의 주식도 지난 11월3일 4000주를 시작으로 지난 2일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5만4000주까지 사들였다.
싸이버스카이의 그룹사 지분 매입 자금은‘일감 몰아주기’를 통해서 얻은 매출이 바탕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싸이버스카이는 작년 한 해 전체 매출 대비 약 84.59%를 계열사 매출로 올렸다. 특히 작년 전체 순이익이 9억9500만원에 불과한데도 최근 그룹 지분 매입에 약 52억원(지난 한달새 평균 주가로 추정한 매입가) 가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 관심을 끈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으로서는 노른자위 사업에 속한다. 기내 면세품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사 매출은 지난 2008년 16억원이었으나 2009년엔 31억원으로 91% 급증했다. 영업이익 또한 5억원에서 11억원으로 70% 가까운 신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매출구조로 인해 추가적인 지분매입이 더 이뤄질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기내 면세품 판매라는 사업구조상 안정적인 매출을 바탕으로 그룹사 지분 매입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규 사업 진출을 고민할 필요 없는 싸이버스카이는 수익을 모두 계열사 투자에만 쓸 수 있다”며 “현재의 매출 규모가 비록 작지만 계열사로부터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 확보엔 별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아직 싸이버스카이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0.10%, 한진 지분율은 0.45%에 불과하지만, 벌어들이는 자금을 족족 대한항공 등 관계사 주식 매수에 투자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재 싸이버스카이는 조 회장의 세 자녀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보가 각각 33.3%씩, 100%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총수 일가들이 보유한 내부거래가 쉬운 비 상장사를 통해 일감을 몰아주는 형식으로 자금을 축적한 뒤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전형적인 경영권 강화 및 승계 작업”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싸이버스카이의 지분 확보는 계열사에 대한 안정적 지분 확보 차원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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