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대북 정보력 '빵점'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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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2-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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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19일 낮 12시, 한때 사망설이 나돌기도 했던 북한의 대표 아나운서 리춘희가 2개월 만에 나타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알렸다.

이날 북한 매체 방송원이 오전부터 "정오에 특별방송을 하겠다"고 매우 비통한 표정으로 연이어 예고방송을 하자 기자들은 통일부 당국자들에게 "어떤 사안인지 확인이 되느냐"고 계속 물었지만 "북한 체제 내 변동이 있어 알리거나 북·미회담 관련 내용일 것"이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이에 기자실에서는 "김정일 사망한 거 아냐", "오늘 집에 못 가겠네" 등 온갖 억측이 난무하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정오가 되자 기자들은 특별방송을 생방송으로 보기 위해 통일부 당국자실에 모였다. 20분전부터 모여든 기자들은 김정일의 생애와 활동 소개로 일관된 북한 방송의 체제선전용 영상을 보며 “노래가 장송곡 같지 않아?”, “김정일이 죽은 것으로 보기엔 노래가 너무 경쾌한데” 등 추측을 쏟아냈다.
 
하지만 특별방송이 시작되자마자 같이 방송을 지켜보던 한 통일부 당국자는 "헉! 망했다 상복을 입고 있네"라는 말과 동시에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순간 당국자실의 분위기는 무거워지고 기자들은 방송을 지켜보면서 "아, 소름 끼쳐" "진짜 사망했네"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후 정부 당국의 대북 정보력과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집중하는 사건이지만,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 우리 정보당국뿐만 아니라 외교·안보라인이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날 청와대는 예년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만 71세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를 가졌으며, 원세훈 국정원장, 김성환 외교장관, 김관진 국방장관, 류우익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라인 수장들도 북한의 발표 직전 또는 직후에야 이 사실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정보력 부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에는 북한의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했음에도 ‘설마’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천안함 폭침 7개월 만에 6ㆍ25전쟁 이후 처음으로 영토가 포격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었다. 김정일 사망시점에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국내에 부재 중이었다.
 
최보선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통일부가 최초로 파악한 시점에 대해 "정보에 관한 사항은 확인해주지 않는 것이 정부의 오래된 관행임을 양해해달라"고 말했지만 이번 현안만큼은 양해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이 중대 사안에 대해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고' '미흡'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발표 직후 통일부가 발표한 대처안은 오후 6시가 지나서 발표한 공식 입장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은 정부의 대응방안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려 5시간이 넘도록 목이 빠져라 기다렸지만 제대로 된 대비책이 없자 다시 한 번 허탈감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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