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라선항 인프라 완공 맞춰 훈춘 국제특구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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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1-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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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조용성 특파원) 중국 지린(吉林)성 연변(延邊)조선족자치주 훈춘(琿春)의 대표적인 석탄 생산업체인 훈춘광업집단은 지난 2년동안 12억위안(한화 약 2000억원)을 들여 광산설비를 대폭 증설했다. 훈춘일대 3개의 탄광을 보유하고 있는 훈춘광업집단의 채광능력은 560t에 불과했지만 2년의 증설을 거치면서 1035만t으로 두배 가까이 늘게 됐다.

이 업체가 대규모 증설에 나선 이유는 중국이 부두 사용권을 확보한 라진항이 올해부터 본격 가동돼 생산한 석탄을 남방지역으로 대량 운송할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의 촹리(創立)그룹은 2008년 북한으로부터 라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확보한 후 물류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왔다. 이 업체는 이미 라진항 1호 부두 정박지 보수와 확장을 통해 연간 100만t의 하역 능력을 갖췄다.

중국은 라진항을 경유해 남방으로 운송하는 물류 확대를 위해 지난해 6월 훈춘과 북한 원정리를 잇는 두만강대교 보수를 완료했으며 지난해 4월부터 원정리-라진항 비포장도로의 포장공사에도 나섰다. 이 도로 공사는 대부분 완공됐으며 오는 6월께 전 구간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훈춘에서 라진항을 통해 남방에 이르는 동해 뱃길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중국 국무원이 훈춘 경제특구를 서둘러 승인하는 것 역시 북한 라진항에 대한 인프라공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점과 맞물려 있다. 이미 훈춘광업집단은 이미 지난해 1월 라진항을 통해 1만7000t의 석탄을 상하이 푸동(浦東)항으로 처음 운송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자체 생산한 석탄을 남방으로 시범 운송했다. 이 업체는 라진항 항로 가동에 대비해 이미 상하이는 물론 안후이(安徽)와 산둥(山東) 등 동부 연안의 기업들에 석탄을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물류기지로서의 훈춘의 역할이 그만큼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랴오닝성 다롄항이나 철도를 통해 남방으로 운송되던 것에 비해 라진항 해상 항로를 이용하면 t당 60 위안(1만 원)의 물류비가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상 항로가 본격 가동되면 훈춘 등 두만강 유역에서 생산되는 연간 100만t의 석탄이 라진항에서 배편으로 남방에 운송될 전망이어서 연간 6000만위안(약 100억원)의 물류비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만강 유역의 석탄을 포함해 지린성이나 헤이룽장성의 광물이나 식량까지 수송한다고 가정하면 훈춘의 경제효과는 100억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은 한 발짝 더 나아가 북한과 러시아에 가로막혀 해상 진출이 불가능한 두만강유역을 동북아시아 무역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방 선도구를 북한의 라선특구와 묶어 국제적인 경제벨트로 개발하겠다는 구상도 세웠다. 라선특구를 북한과 공동 개발키로 하고 지난해 6월 착공식을 한 것은 창지투-라선특구 경제벨트 실현을 위한 첫 단계로 해석되고 있다.

게다가 훈춘은 지난해 6월 북한 라진항에 이어 러시아 극동 자루비노항을 이용한 동해 항로도 개통했다. 이에 따라 북한과 러시아에 가로막혀 동해로 진출할 수 없었던 중국 동북지역의 해상 운송이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며 훈춘과 부산 간 교역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훈춘-자루비노-부산 항로는 매주 왕복 한 차례씩 컨테이너선이 이용하게 된다.

3만t급 화물선 정박이 가능한 자루비노항은 훈춘-부산 항로 개통에 이어 중국 동북에서 남방으로 운송되는 물동량도 증가할 것에 대비, 부두 확장을 통해 120만t에 그치고 있는 연간 물동량 처리 능력을 1000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훈춘 특구 건설 계획은 창춘-지린-두만강을 잇는 ‘창지투 개방 선도구’와 라선특구를 연결, 동북아시아 물류 거점으로 삼으려는 중국이 한 걸음 더 나아가 훈춘을 중심으로 남·북한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5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경협지대를 건설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라선특구와 연계돼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훈춘 특구가 중국의 의도대로 초국경 경제협력지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구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북·일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훈춘에 진출한 한국 기업으로는 1995년 쌍방울이 6500만 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지린쌍방울방직유한공사’가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포스코가 물류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훈춘시 정부와 국제물류단지 합작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10월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포스코 중국법인 관계자는 “훈춘은 창지투 개방 선도구의 창구이자 동북아 국가들을 연결하는, 지리적으로 중요한 도시”라며 “국제물류단지 건설을 시작으로 훈춘과의 합작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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