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외교통상부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가 우리나라 전체 원유수입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8259만 배럴)으로 전체 원유 수입량의 9.7%에 이른다.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주체도 미국의 금융기관과는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이 그대로 발효되면 6개월 이후 우리나라와 이란 간 원유 거래는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물량을 축소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다는 점을 감안, 미국 대표단에게 제재 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감축물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대체 공급처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모양새다.
대체 공급처를 확보할 때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번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시간벌기'가 일차적인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이 일정 수준의 대체 공급처를 확보한 다음에야 미국과의 협상에서 구체적인 감축 수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감축 수준은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은 감축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며 시간을 벌 전망이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12~18일 오만 등 중동을 방문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 등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에 대한 협력을 약속받은 것이 전부인 마당에서 정부의 시름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석유 수입이 장기계약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을 이유로 단기간 급격한 비율 조정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정부 내에서는 이란산 원유 수입 비율을 2010년 수준인 8.3%로 일단 감축한 뒤 수입 대체국이 확보되는 대로 점진적으로 이란산 원유 도입물량을 줄여나가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국방수권법 시행 전까지 적지않은 비율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후 방한해 17일 외교부 김재신 차관보를 비롯,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당국자 등과 면담할 예정인 로버트 아인혼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을 통해 이같은 우리 정부의 계획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외통부 한 관계자는 "정부 방침을 정하려면 한참 시간이 걸릴 것이고, 빨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미국의 입장을 먼저 들어보고 의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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