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재계 엿보기> 신동빈 회장 "무엇이 그리 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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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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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재천 기자) 급한 것일까? 욕심이 과한 것일까?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의 경영에 참여한 이후 롯데그룹은 본연의 업무 대신 M&A에 더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모든 기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종이나 기업 규모도 가리지 않는다. 화학 업종부터 중소기업까지 식성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가전유통 전문 양판점인 '하이마트'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묵직한 존재감을 지녀야 할 재계 서열 5위 기업의 총수가 'M&A 사냥꾼'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물론 2세 경영자의 특성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아버지가 이룬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겠다는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을 인수한 후에는 어떤가? 처음 인수할 당시의 의욕과 달리 거의 '방치' 수준이다. 특히 해외 사업이 그렇다. 러시아와 중국 법인들은 대부분 적자를 넘어 자본까지 잠식된 상태다. 때문에 한국에서 배추, 생선 팔아 남은 돈을 해외로 보낸다는 지적도 많다.

상황이 이런데도 신 회장은 "상황(경제)이 어려울수록 역발상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만 펼치고 있다. 이미 인수한 기업들의 경영 현황이야 어떻든 유통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더 많은 M&A를 하겠다'는 뜻이다.

뭔가에 쫓기는 듯한 인상이다. 신동빈 회장의 조급함은 이번 임원 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동안 세간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던 가족경영도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퇴진하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다. 경영을 총괄하는 위치에 올라 단행한 첫 인사에서 가족을 배제시킨 것이다.

인사에 앞서 신영자 사장의 딸과 사위가 롯데와 함께 진행하던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동안 계열 분리 논란과 갈등의 주요 대상으로 비화되던 누나 일가와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호사가들의 안주거리가 될 것임을 뻔히 알면서 칼을 빼든 것이다.

요즘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을 표현함에 있어 '급함'을 떠나 '조급'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고 있다. 신속함과 조급함은 분명히 다르다.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돌아 가지는 못할 망정 '취사 선택'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신동빈 회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재계 서열 5위 기업의 총수가 갖춰야 할 여유로움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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