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PGA투어 AT&T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 최종라운드가 열린 13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GL(파72) 1번홀(파4) 그린. 전날까지 3타차 선두로 경기에 나선 위창수는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고도 4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지난해 퍼트랭킹 11위에 오를만큼 퍼트에 관한한 ‘고수’인 그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미국 골프채널 해설자는 선두가 첫 홀에서 더블보기를 하자 “모든 상황이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미켈슨, 우즈 등 ‘빅 네임’들을 너무 의식한 탓이었는지, 첫 승에 대한 부담때문이었는지 위창수는 5, 6번홀에서 잇따라 보기를 하고 리더보드 윗자리에서 내려갔다. 위창수는 그 이후로 선두에 복귀하지 못했고, 그 대신 미켈슨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위창수 바로 앞조에서 우즈와 동반플레이를 펼친 미켈슨은 2,4,5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공동선두로 올라선데 이어 6번홀(파5·길이 513야드)에서 2온 후 약 6m거리의 이글퍼트를 성공하며 순식간에 2타차 단독선두에 나섰다.
승기를 잡은 듯 미켈슨의 먼 거리 퍼트조차 홀로 쏙쏙 빨려들어가며 2위권과 간격을 유지했다. 후반들어 13,14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한 그는 2타차 선두였던 18번홀(파5·길이 543야드)에서는 아이언을 빼들었다. 안전한 길을 가겠다는 심산이었다. 아이언-아이언으로 페어웨이만 밟고 간 그는 114야드를 남기고 구사한 세번째 샷을 홀옆 1.6m에 떨군 후 버디퍼트를 성공,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이날 ‘노 보기’였다. 이글 1개에 버디 6개를 묶어 ‘데일리 베스트’인 8언더파를 쳤다. 가장 필요한 시점에 스코어를 몰아내며 우승으로 내달은 것. 합계 스코어는 17언더파 269타(70·65·70·64)로 2위 위창수보다 2타 앞섰다. 위창수가 첫 홀에서 더블보기만 하지 않았더라면…. 위창수는 후반들어 12번홀 버디에 이어 16∼18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고 추격했으나 뒤늦은 발동이었고, 선두 미켈슨의 플레이는 빈틈이 없었다.
미켈슨은 이 대회에서만 4승째, 투어 통산 40승째를 올렸다. 가장 최근 우승은 지난해 4월 셸휴스턴오픈이었다. 그는 투어에서 40승 이상을 기록한 아홉번째 선수가 됐다. 그 반면 위창수는 첫 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통산 다섯번째 2위를 기록했다.
위창수 못지않게 이날 고개를 들지 못한 선수는 우즈다. 우즈는 미켈슨이 이글-버디-파 퍼트를 성공하며 주먹을 쥐는 장면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우즈는 퍼트가 지독히 안됐다. 마지막 홀에서는 2온을 하고도 3퍼트로 보기를 했다. 이날 퍼트수는 미켈슨이 26개인 반면, 우즈는 30개였다. 그는 “쇼트퍼트가 빗나가는 등 그린에서 실수가 많았다”고 자인했다. 우즈는 버디 2개에 보기 5개를 묶어 3오버파를 쳤다. 이날 스코어만 미켈슨에게 11타나 뒤졌다. 라이벌과 ‘최종일 결투’에서 완패한 것. 그는 합계 8언더파 278타로 재미교포 리처드 리(25) 등과 함께 15위를 차지했다.
케빈 나(29·타이틀리스트)는 11언더파 275타로 공동 5위, 대니 리(22·캘러웨이)는 6언더파로 25위, 존 허(22)는 4언더파로 35위, 배상문(26·캘러웨이골프)은 1오버파로 61위를 각각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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