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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경동시장 할머니, 162x130cm, Oil on canvas, 2006[ |
(아주경제 박현주기자) 거대한 덩어리, 굵고 거칠다. 온갖 풍상을 견뎌냈을까. 철갑을 두른듯 두텁게 휘갈긴 색감속에 드러난 커다란 얼굴들은 강인한 힘이 뿜어져 나온다.
자신과 타인의 얼굴에 개개인의 삶의 무게를 담은 작품을 선보여온 재불화가 권순철(68) 씨가 서울에서 24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그가 2004년 서울에서 개인전을 연 이후 8년 만에 여는 전시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작가는 80년대 역사적인 민중들의 얼굴 표현 작업으로 명성을 쌓은 후, 1988년 파리로 건너갔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영혼의 빛’을 주제로 선보이는 전시에는 40여년간 그려왔던 얼굴 시리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수의 얼굴을 그린 작품 시리즈를 선보인다.
또 작가의 대표작인 얼굴, 자화상, 넋 시리즈 등 유화 30여 점과 한지에 그린 수묵 드로잉 30여점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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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재불화가 권순철씨. |
작가에게 얼굴은 인간사의 깊이와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이다.
"인간 개개인에게는 자신만의 시간의 층위가 있고, 이러한 층위가 켜켜이 쌓이면서 그의 인생의 형태와 정신세계를 형성한다"
그는 파리에 터를 잡은 뒤 줄곧 작가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한국적인 정서와 원형의 정신세계를 추구해왔다.
그는 이번 ‘예수’ 시리즈에서 ‘정신’ 자체에 대한 탐구로 한 단계 나아갔다.
종교적인 색채의 작품이 아니다. 작가의 관심이 지금까지 '넋' '한' 등의 단어로 응축되었던 '한국인의 정서' 인간 정신의 기본에 대한 구현에서 '정신'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준다.
모진 고통을 견디는 예수의 얼굴, 등이 휠것 같은 삶의 무게를 보여주는 무거운 표정의 노인 얼굴…, 색과 색의 덩어리속 얼굴들은 점점 더 추상화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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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Jesus, 130x194.5cm, Oil on canvas, 2008 |
"무채색에 가까운 색감과 두터운 마티에르와 세밀하지 않은 거친 표현을 통해 수백년을 버텨온 고목이나 거대한 바위덩어리에서 느껴지는 삶의 무게를 담으려 했다."
그는 ‘형태를 통해 정신을 구현한다는 뜻의 이형사신 (以形寫神)’을 추구한다.
넋은 보이지 않지만 해체된 실체는 넋을 담아내고 있다.
언뜻 에곤실레나 프랜시스 베이컨같은 표현주의 처럼 보이지만 개인의 역사를 얼굴로 각인시키는 그의 작업은 리얼리즘에 가깝다.
큰 바위처럼 압도하는 얼굴들은 인간 존엄성의 위엄을 보여준다.
디지털시대, 거칠고 투박하게 얼굴만을 그려낸 작품이지만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2008년 6월 서울옥션에서 100호(132×160㎝) 크기의 ‘얼굴’ 시리즈가 6100만원에 낙찰됐고, 2010년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는 비슷한 크기의 작품이 5800만원에 팔렸다. 전시는 3월 4일까지.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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