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인근 택지지구에서 올해 분양을 앞둔 건설업체들이 요즘 울상이다. 지역 주택 수요자들이 세종시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만 관심을 갖다보니 성공 분양은 커녕 미분양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전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와 인접한 택지지구에서는 총 1만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대전 노은3지구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B-1, B-2, A-2블록에서 총 1515가구를 내놓고, 현진이 B-4블록에서 452가구를 분양한다. 학하지구에선 계룡건설(1블록), 제일건설(3블록)이 각각 550가구, 692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대부분 건설사는 아직 정확한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노은지구에서 분양을 계획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세종시 분양에만 관심을 갖는 바람에 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초 상반기 분양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분양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지난해부터 분양한 민간 아파트들이 모두 순위내 청약 마감에 성공하는 등 지방 분양시장을 이끌고 있다. 반면 충남지역 택지지구의 경우 세종시보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는 데다 지난해 아파트 과잉 공급 영향으로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은 상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도안신도시와 노은·학하지구 등이 위치한 대전의 경우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해 1월 2068가구에서 10월 854가구까지 감소했다가 올 1월 1400가구로 다시 늘어났다. 지난해 말 도안신도시에서 호반 베르디움·도안 아이파크·계룡 리슈빌·우미린 등 총 5000여가구가 한꺼번에 공급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종시보다 비싼 분양가도 걸림돌이다. 세종시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약 770만~800만원대다. 반면 지난해 11월 도안신도시 ‘도안 2차 호반베르디움’은 842만원, 노은4지구 ‘노은 한화꿈에그린’은 930만원대에 각각 공급됐다.
더욱이 최근 주택공급규칙 개정으로 지방 거주자들의 청약 가능지역이 시·군에서 도 단위로 확대된 것도 이들 택지지구 분양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전 주민들도 이제는 충남권인 세종시 분양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달 초 세종시에서 아파트 청약을 받는 극동건설 관계자는 "분양을 앞두고 대전 등 인근 지역 실수요자들에게서 문의 전화가 많이 걸려 오고 있다"고 말했다.
나기숙 부동산1번지 팀장은 "당초 기대했던 세종시 ‘풍선효과’가 아닌 세종시로만 관심이 쏠리는 ‘빨대효과’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며 "하지만 세종시 청약에서 떨어진 수요자들이 인근 유망 택지지구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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