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1등 삼성'의 슬픈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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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20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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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삼성이 또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방해 혐의로 삼성전자에 역대 최고액인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상습적이고 조직적으로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밝힌 삼성전자의 조사 방해 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보안용역업체 직원들이 정문에서 공정위 조사팀의 진입을 가로막는 사이 관련서류를 폐기하고 PC를 바꿔 치기 했다. 영화같은 장면이 현실에서 연출된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삼성 특유의 조직 충성도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삼성만큼 상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회사는 손에 꼽을 만하다.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폐쇄성으로 인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은 사실 칭찬받아 마땅한 기업이다. 반도체·TV·휴대폰 등을 전세계에 수출하며 어마어마한 국부를 창출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사용하는 비용이 가장 많은 국내 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폐쇄성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세대와 새문안교회를 설립한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1859~1916) 목사의 증손자인 피터 언더우드(한국명 원한석)가 신간 '퍼스트 무버'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에는 국가와 회사, 가정 도처에 '왕'이 있다고 꼬집는다. 창의력을 누르는 권위주의가 만연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삼성은 현재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전세계 IT생태계가 급변화면서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기존 기업의 기술과 전략을 벤치마킹해 빠르게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우'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퍼스트무버'로의 한 단계 도약이 그것.

삼성의 폐쇄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피터 언더우드 씨의 지적은 유효하다. 삼성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진정한 1등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용기다. 삼성이 이를 위한 첫발을 내딛었을 때 사람들은 진정한 박수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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