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란 사태에 따른 중동시장 불안으로 국제 원유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2000원 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결국 유류세 인하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에는 선심성 공약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이 때문에 유류세 인하 정책이 다양한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포퓰리즘에 의해 시행될까 우려 된다.
국내 유가를 인하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 중 왜 유류세를 인하하고자 하는 것일까? 휘발유 가격은 정유사의 세전 가격, 유류세, 유통 마진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정유사의 세전 가격과 유통 마진은 민간 영역에 해당되어 인위적으로 하락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시 말해 휘발유 가격을 인하시킬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유류세 인하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류세 인하는 보편적 복지에 해당된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빈곤층이든, 서민층이든, 부유층이든 상관없이 리터당 동일한 혜택을 받게 된다.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에 여론 수렴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2008년 유류세 인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경험했다. 첫째, 유류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가는 급등했다. 국제 유가 급등 효과가 유류세 인하에 따른 유가 하락 효과보다도 컸기 때문이다. 둘째, 유류세 인하 효과는 휘발유와 경유를 더 많이 소비하는 부유층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갔다. 실제로 부유층이 빈민층보다 5~6배 이상 소비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때문에 유류세 인하의 혜택 역시 부유층이 빈민층보다 더 큰 것이다. 셋째, 유류세 인하로 중대형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내 유가 급등이 지속될 경우 연료비 부담으로 인해 대형차보다는 중소형차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와 함께 이후 국제 원유가 하락으로 중대형차에 대한 소비 증가는 지속되고 있다. 원유를 거의 전량 수입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중대형차의 증가는 휘발유 및 경유 소비의 급증을 의미하기 때문에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이 된다. 더욱이 중대형차는 배기량이 작은 자동차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문제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유류세 인하는 지방정부의 재정 착시 현상을 유발한다. 실제로 유류세 인하에 따른 주행세 감소분이 지방정부 재정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지방정부 재정을 평가하는 지표에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유류세 인하는 국내 유가를 직접적으로 인하시킬 수 있다는 장점 외에 다양한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가 아닌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가 안정 대책의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당연히 유가 안정은 빈민층 및 서민층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이다. 이는 부유층을 포함하는 전 국민 대상의 보편적 복지가 정책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에서 자동차는 이미 필수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휘발유 및 경유 가격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금과 같이 국내 유가 급등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빈곤층 및 서민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2008년과 같은 유류세 인하는 빈곤층 및 서민층의 어려움을 크게 덜어줄 수 없음을 우리는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를 시행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세수는 크게 줄어드는 반면 정책 효과는 그에 비해 작았던 것이다. 따라서 유류세 인하의 재원을 가지고 빈곤층 및 서민층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유류세 환급제도 등과 같은 선택적 복지가 필요한 것이다. 더 이상 유류세 인하라는 보편적 복지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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