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조용성 특파원) “한식 브랜드를 중국 전역에 보급시킨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경제적 부가가치는 물론, 문화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에 대해 100년대계를 세워야 합니다.”
백금식 중국 자하문 회장은 중국내 한식문화의 확산이야말로 케이팝이나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확산 못지않은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한중 수교 20년간 음식 한류를 앞세워 중국 비즈니스를 해왔고, 중국내 ‘서라벌 신화’를 손수 일궈낸 경험이 있는 만큼 그는 한식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선 중국문화내에서의 음식문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에서는 요리사와 음식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다. 무엇보다 중국은 음식의 천국이며 비즈니스 미팅이나 관료들과의 모임에서도 음식을 소재로 한 대화가 빠지지 않는다. 수천가지의 식자재와 수만가지의 음식종류가 있으며 이에 대한 스스로의 자부심이 높다. 유명 식당의 주방장은 상당한 사회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다.
백 회장은 “서라벌에 구름떼 같은 손님들이 몰리던 1990년대 수많은 중국내 기업들이 우리와의 합작을 모색했었다”며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온 업체들의 면면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1993년 당시 중국의 4대그룹 중 하나였던 중농신(중국농업발전신탁투자공사)그룹의 총재가 직접 합작을 요청해 왔다. 중국 국가 소속으로 최고 권위를 지니고 있는 댜오위타이(釣魚臺) 영빈관에 함께 진출하자는 것이었다. 그는 “거대한 그룹사가 일개 한식당과 왜 합작을 하려는 것인지 의아했고 한편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중농신 그룹의 회장은 백 회장에서 “먹는 산업이야 말로 인류가 지구상에서 멸망하지 않는 한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며 “중국인들은 음식산업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우리 그룹은 백 회장이 일궈낸 서라벌 같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백 회장은 이어 “중국내 굴지의 그룹들은 물론 홍콩의 리자청(李嘉誠, 리카싱)도 합작을 제안해왔었다”고 “그들은 서라벌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사고 싶어했지만 상호간의 조건이 안맞아 번번이 결렬됐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중국에서는 음식사업의 위상이 높다. 때문에 한식의 중국보급이야 말로 중국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것. 그리고 그는 시대적 추세상 한식은 충분히 중국에서 큰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자신한다. 백 회장은 “한국음식은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채소와 발효음식이 많아 웰빙음식으로 통하고 있다”면서 “이에 더해 생활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이 새로운 음식문화를 찾아나서고 있으며 이 수요에 적합한 음식이 바로 한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내 한국식당이 모두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식당들이 실패의 쓴 잔을 마셨으며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베이징 왕징(望京) 부근에도 텅 빈 자리를 지키는 식당이 한두 곳이 아니다. 백 회장은 한국 요리의 최대 맹점으로 메뉴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베이징 요리는 제쳐두고라도 광둥(廣東)•쓰촨(四川)•상하이(上海) 요리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국요리점의 메뉴판에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요리가 올라 있다. 이에 비하면 한식메뉴는 단조롭다. 백 회장은 “수천년 내려오는 전통한식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며 “지금의 중국인 고객들은 갈수록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만큼 음식점도 변화가 없으면 금새 도태되고 만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그는 변함없는 신용과 관리를 강조했다. 그는 “시종일관 똑 같은 자세로 나태해 지지 않고, 품질을 하락시키지 않고, 양을 줄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한번 돌아선 중국인 고객들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에서의 한국인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의 대성공을 거둔 서라벌이었지만, 관리가 느슨해지고 서비스품질이 떨어지면서 쇠퇴기를 맞을 수 밖에 없었음을 상기시켰다.
한식브랜드의 중국내 굴기를 위한 전략으로 대형화와 고급화를 꼽았다. 중국에서 식당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형화와 고급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그는 “베이징에도 대형 한식당이 성업중이지만 중국의 대형식당에 비해면 그 규모와 가격대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도약을 위해서는 거액의 고정비를 감당해 낼 수 있는 자금력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견했다. 백 회장은 “21년 중국에서 요식업을 하면서 수많은 중국인들을 곁에서 지켜봐왔다”고 전제하고는 “그들의 가슴속에는 개인의 체면이나 명예를 팔아서라도 돈을 벌고 성공하겠다는 열망으로 가득차 있다”며 “대부분 인민들이 이 같은 심정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어찌 발전이 안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백 회장은 “중국인들은 끈질기면서도 마음 속에 깊은 뜻이 있어 성미가 급한 우리나라 사람과는 그 기질이 다르다”면서 “가끔씩 이들의 인내력과 집념을 보고 소름이 끼칠 정도의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한 “중국인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며 상당히 명석한데다 중국공산당이 상당히 효과적으로 사회를 통제하면서 국가의 비전을 세워놓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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