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흑과 백, 밤과 낮...... 세상에는 극단적인 양면성을 지닌 것들이 존재한다. 바다 또한 그러하다. 강렬한 태양볕 아래 산호초가 넘실거리는 에메랄드 빛 생명력 넘치는 바다가 존재하는가 하면, 칠흑 같은 어둠 속 등대 불빛 하나 없는 심연의 죽음과도 같은 바다가 있다. 이러한 어둠 속 바다를 좋아하는 이는 없으리라. 그런데 그 차갑도록 무서운 어둠속에서, 더욱더 차가운 바닷물에 빠져 서서히 숨이 죄어오고 있다면 어떠할 것 같은가!
2010년 3월 26일 밤,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 밤 9시 22분 1,200톤급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백령도 서남방 해역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 중 엄청난 충격과 함께 두 동강 나서 침몰되기 시작했다. 영화 타이타닉의 침몰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 당시의 서슬 퍼런 긴박함, 긴장감, 죽음의 공포를 누가 어찌 상상하여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11시 13분, 승조원 104명 중에서 함수 쪽 장병 58명은 구조됐지만 이미 침몰해버린 함미 쪽 46명은 유명을 달리했다. 심연의 어둠 속으로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한 젊디젊은 꽃봉오리들이 맥없이 사그라져간 것이다.
그들을 구조하기 위해 바닷속에 뛰어든 한주호 준의도 장렬하게 희생하였다.
해군 UDT의 살이있는 전설이었던 한주호 준위는 53세의 나이에도 천안함 침몰 현장에 가서 수색작업 현장 지휘관을 보좌하고, 당시 어려운 작전 환경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 높은 베테랑으로서 대원들에게 수색작전 전반에 대한 조언을 하기 위해 현장에 달려갔다. 한주호 준위는 현장의 상황을 둘러보고는 깊은 찬 바다 속에 갇혀 있을 후배들을 생각하면 잠시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여 누가 말릴 겨를도 없이 구조작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작전여건은 차가운 수온,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최악의 시계, 밤이 되면서 수온은 더 떨어지는 등 너무나도 열악한 상황이었다. 200파운드짜리 부의 2개, 50m짜리 로프가 실린 보트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고인은 주변의 대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가 들어간다”라는 짧고 간결한 한마디와 함께 대원들 앞에서 의연하게 잠수복을 입고 잠수해 임시부표를 따라 바닷속으로 내려가 1시간여 만에 함수 부분에 부표를 설치하는데 성공했었다.
그리고 3월 30일, 한주호 준위는 천안함 함수 부분의 함장실로 실내 진입을 시도하는 작업을 하던 중 강한 유속과 높은 수압 등에 의해 실신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순직하고 말았다.
“오늘 완전히 다 마치겠다. 함수 객실을 전부 탐색하고 나오겠다. 국민과 실종 장병 가족들 모두가 애를 태우고 있으니 내가 책임지고 해내겠다.”
하지만 이 말들은 모두 유언이 되고 말았다.
오는 26일은 이러한 천암함 사건이 2주년을 맞는 날이다. 원통하게 영면한 우리의 젊은 피는 대전현충원에 안치되었고, 그들의 못다 핀 청춘의 한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탑이 백령도 현지에 마련되었지만 이로써 우리의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 ‘꺼지지않는 불꽃’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 형언할 수 없는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숨을 거둔 46용사! 우리는 그들의 희생의 가치를 기억하며 오늘날 우리가 할 수 있는 책무를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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