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범 소장 |
국내 골프장 시장이 ‘공급자(골프장 운영회사) 시장’에서 ‘수요자(골퍼) 시장’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제정한 지 10년이 지난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도 이용자(골퍼)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골프장 이용시 사업자와 이용객 모두에게 공정하고 건전한 계약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을 2002년 3월 26일 승인했다. 표준약관 제8조(요금의 환불) 1항에는 ‘입장절차를 마친 이용자가 경기 전 임의로 이용계약을 취소한 경우에는 이용요금의 50%를 환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골프장 입장절차를 마친 이용자가 경기 전에 개인사정으로 이용계약을 취소한 경우, 입장료의 50%와 제세공과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갑자기 교통사고나 질병 등의 개인사정으로 골프를 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입장료 절반과 제세공과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조항이다. 따라서 이 조항은 ‘…이용자가 경기 전에 교통사고·질병 등 불가피한 개인사정으로 이용계약을 취소한 경우 입장료 전액을 환불한다’로 개정돼야 할 것이다.
표준약관 제8조 2항은 ‘강설, 폭우, 안개, 기타 천재지변 등의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입장에 관한 절차를 마친 이용자 팀 전원이 1번째 홀까지의 경기를 마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제세공과금을 제외한 이용요금 전액을 환불하고, 9번째 홀까지의 경기를 마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제세공과금을 제외한 이용요금의 50%를 환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천재지변 등의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입장에 관한 절차를 마친 이용자 팀 전원이 1홀까지의 경기를 마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제세공과금만 부담하고, 2∼9홀은 9홀 요금, 10홀 이후 중단될 경우에는 입장료 전액을 정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일부 골프장에서는 천재지변 등으로 경기를 중단한 경우에는 홀별로 정산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따라서 이 조항도 ‘…1번째 홀까지의 경기를 마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제세공과금을 포함한 이용요금 전액을 환불하고, 2홀 이후에는 경기를 마친 홀까지의 이용요금만 지불한다’로 개정돼야 할 것이다.
골퍼들이 내는 캐디피·카트비도 문제다. 9홀까지의 경기를 마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캐디피·카트비 절반을 부담하고 10홀 이후 중단될 경우에는 캐디피·카트비 전액을 정산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한 팀당 캐디피는 2004년 8만원에서 현재는 10만700원으로 25.9%나 인상됐다. 이에 따라 골퍼들이 캐디에게 지급한 캐디피 총액은 2004년 3041억원에서 2011년에는 6260억원으로 2배 급증했다. 캐디들이 5시간 정도 일하고 10만원씩 받는 것도 많은 편인데, 골퍼들이 일도 하지 않은 캐디에게 캐디피를 낸다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다. 따라서 캐디피· 카트비도 경기를 마친 홀까지 홀별로 정산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국내 골프장 산업은 그동안의 호황을 끝내고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다. 새로 골프에 입문한 사람은 적어지고, 골프붐도 서서히 식어가는 양상이다. 골프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막기 위해서, 나아가 소비자 입장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라도 공정거래위원회는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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