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메가뱅크론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제기된 금융정책으로 현 정부의 4대강 사업·부자감세·기업규제완화 등과 궤를 같이 한다.
2008년 3월부터 알려진 메가뱅크론의 본래 구상은 ‘산업은행+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을 묶어서 하나의 대형은행으로 키우자는 것이었고 바로 이 논의를 주도했던 정부관료가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다.
이는 강 회장이 산은금융 회장으로 취임할 때 다시금 메가뱅크 논의가 거세지리라는 전망이 불거져 나온 이유기도 하다.
◆“메가뱅크론, 당위성은 충분”
메가뱅크론은 국내 은행의 덩치를 키워 세계 금융시장에서 다른 나라 금융회사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초대형은행을 만들자는 게 핵심이다.
메가뱅크론을 주장하는 배경은 원자력발전소처럼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에 수반되는 자금 조달을 수행할 만한 대형 은행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2009년 말 우리나라는 공사비 186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했으나 정작 필요한 자금 조달은 HSBC 등 외국계 은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은행들의 역량 부족으로 공사비를 충당할 만한 자금 조달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강만수 회장은 대형 프로젝트에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국내 금융의 삼성전자’를 키워내야 한다며 ‘메가뱅크’론 기치를 내걸었다.
이와 관련, 당시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이 합쳐지면 총 자산이 500조원을 넘어 세계 50위권 수준(54위)의 은행이 될 수 있다는 셈법이 나왔다.
산은금융지주 측은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10위권, 아시아 3위 규모인 반면 국내 최대 금융기관인 우리금융은 세계 71위, 아시아 13위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강 회장의 메가뱅크론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실제 각 국가별 상위 4개 은행 평균 자산 규모를 보면 2005년 기준 영국이 1조4770억달러, 미국이 1조1170억달러인 것에 비해 한국은 10분의 1 수준인 155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메가뱅크론이 초기에 언급될 때만 해도 금융권의 CEO들과 관계자들은 산업자본의 금융 참여가 제한된 현실에서 정부 주도의 메가뱅크 설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분위기였다.
◆ 메가뱅크, 여론 수렴과정부터 어긋나
하지만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강만수 산은 회장의 취임 이후 사실상 정부의 추진의지가 강하게 피력됐던 메가뱅크론은 결국 금융당국과 산은의 엇박자 속에 여론의 후폭풍으로 무산됐다.
강 회장이 메가뱅크론을 들고 우리금융 인수에 나서고 금융위원회가 시행령까지 개정하면서 이에 편승한 양상을 보였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 그리고 밀실행정이라는 여론의 비난에 뭇매만 맞은 것이다.
당시 학계에서도 메가뱅크의 불요성과 관치금융론을 들고 메가뱅크를 공식 반박했지만 무엇보다도 MB정부의 핵심 금융정책이 허무하게 무너진 것은 국민여론의 수렴과정이 거의 전무했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위가 시행령 개정 추진 등을 통해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로 메가뱅크를 밀어주는 양상으로 가면서 김석동 위원장의 공정성이 무색하게 됐고, 국민여론과 국회 정무위원회의 역풍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그들만의 정책’은 결국 MB정부 금융정책의 큰 그림을 훼손하고 금융권의 숙원이던 우리금융 민영화 또한 지지부진하게 만들었다.
또한 금융위를 비롯한 경제부처의 정책추진 신뢰성을 크게 실추하게 만들어 이후 정책행보에도 큰 부담을 안게 됐다.
◆ 잊혀진 메가뱅크론, 완전 소멸 아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재직 당시 투자자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메가뱅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메가뱅크 긍정론을 펼치는 등 아직도 메가뱅크는 언젠가 실현해야 할 금융권의 숙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금융권 수장들의 견해는 최근 정부가 소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56.97%)에 대한 매각 절차가 본격화된 가운데 KB금융 등 인수후보군들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는 KB금융으로 현재 우리금융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합병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며, 정부당국의 매각작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KB금융(2011년 말 현재 361조6000억원)과 우리금융(394조8000억원)이 합병하게 되면 전체 자산규모는 750조원을 넘어서 명실공히 초대형 금융지주로 거듭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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