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 주말 퇴출 대상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금융당국이 일부 대형 저축은행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저축은행 살생부 이르면 주말 윤곽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말 경영평가위원회를 열고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저축은행 4곳이 제출한 자구계획을 심사한 후 영업정지 또는 경영개선 유예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2월 부산저축은행 등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같은 해 9월 제일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이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한 데 이어 이번이 3차 구조조정 작업이다.
구조조정 대상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유예기간을 부여한 곳이다.
이들 저축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사옥 및 자회사 매각, 유상증자 등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심사하고 있다는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한 저축은행들 사이에서 금융당국이 전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금융당국이 문제를 삼겠다고 들면 빠져나갈 수 있는 저축은행이 몇 군데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적법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검사가 진행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경영평가위원회 개최 시기와 대상 등은 공개할 수 없다”며 “구조조정 대상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투명한 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한 바 있다.
◆ 검찰에 수사의뢰… 추가 비리 드러나나
금감원은 구조조정 작업과 별개로 저축은행 4곳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수사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과정에서 불법대출과 저축은행법 위반, 배임 및 횡령 정황이 포착돼 이에 대한 형사처벌을 요구한 것이다.
이같은 불법행위에는 경영진도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아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 등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함께 추진된 검찰의 수사 결과 현재까지 드러난 불법대출 규모는 3조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 대주주과 정·관계 인사 등 40여명이 기소됐다.
◆ 후폭풍 만만치 않을 듯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저축은행들은 자산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대형 저축은행으로 영업정지가 현실화할 경우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해당 저축은행의 예금 잔액 중 5000만원 초과 예금 규모가 크지 않아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현재 적기시정조치가 유예 중인 저축은행의 예금 중 예금보호 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은 789억원 수준이다.
예금자는 1만40000여명으로 1인당 평균 540만원 정도가 초과된 상태다.
예보 관계자는 “지난해 말 2089억원보다 크게 감소한 금액으로 법인 등의 예금을 제외할 경우 개인들의 보호한도 초과 예금 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업정지를 당하는 저축은행이 추가로 나오면 해당 저축은행 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예금을 만기 이전에 중도해지할 경우 이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뱅크런 차단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마찬가지로 후순위채 투자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후순위채를 발행한 저축은행이 문을 닫을 경우 사실상 원금 회수가 어려워진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시기를 총선 이후로 미루고 최근까지도 관련 일정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것은 추가 구조조정이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전 구조조정 때보다 혼란이 덜할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의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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