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은 9일 '푸틴 신정부 출범은 한·러 경협에 새로운 기회'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산업클러스터나 대규모 극동 개발 프로젝트 및 도시 확대, 고속철도 등 각종 인프라 건설에서 우선적인 관심이 요망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푸틴이 ‘강한 경제=강한 러시아’라는 기치로 혁신과 인력 양성, 투자 환경, 인프라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적극적인 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한 만큼 한국과의 경협에서 더 많은 수요가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푸틴 정부는 2020년까지 러시아를 세계 5대 경제 대국에 진입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같은 푸틴 공약이 성공하려면 대규모 재원 조달이 필요하고 국제 원유가 상승이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이란산 원유 대신 러시아산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공동 자원개발이나 인프라 쪽 협력 사업을 모색할 수 있다"며 "건설 인프라의 경우 이미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추진하는 일이 많은 만큼, 러시아 정부가 올인하는 ‘산업 클러스터’ 쪽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푸틴 신정부는 자동차나 전자, 조선 등 테크놀로지형 산업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특히 스꼴꼬보 이노베이션 센터 같은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특별 경제 지역 및 지역별 혁신 클러스터를 육성한다는 계획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우리 기업과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유럽제국이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면서 러시아는 감소분을 아시아 쪽에 수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북한을 통과하는 남한, 북한, 러시아 가스관 연결사업에 적극적이고 북극권 자원 및 북극 항로 개발에 있어 동북아 국가들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고서는 "'북극 파이프라인'과 '동시베리아 태평양 석유 파이프라인(ESPO)' 건설로 서시베리아에서 개발된 석유를 아·태지역으로 수출하는 전략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북한을 통과하는 남한·북한·러시아 가스관 연결 사업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오는 9월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APEC 회담에서 러시아는 한국 및 일본과의 협력 문제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과는 양국간 경협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북방 4개 섬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한·러간 경협 관계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최근 이웃 경쟁국들에 비해 더욱 뒤처지고 있다"며 "지난해 우리나라의 투자는 약 19억 달러로 카자흐스탄에 대한 투자보다도 적고, 캄보디아, 필리핀, 태국 등에 대한 투자 규모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대러 수출은 작년에 약 103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1.9%, 수입은 108억 달러로 전체 수입의 2%에 불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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