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기획재정부 A과장의 속마음이다. A과장은 장관님의 의욕은 좋지만 6시 퇴근이라도 잘 지키자는 쪽이었다면 한결 고민을 덜 수 있을 것이란 것이 그 이유다. 이처럼 재정부 내부에서는 박재완 장관의 의지에 ‘한 번 해보자’면서도 정착 가능성에는 회의적이다.
지난 7일부터 시범 운영 중인 830-530제(8시30분 출근, 5시30분 퇴근)를 두고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는 반신반의하는 정서가 여전하다. 오후 5시30분이면 안내방송까지 틀어주면서 "일찍 집에 가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30분~1시간 정도는 업무를 더 보고 퇴근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9일 재정부에 따르면 9시 출근, 6시 퇴근이던 근무시간을 30분씩 앞당겼다. 취임 초 부터 박 장관이 ‘8-5제’를 주장했지만 내부 직원들의 반대에 따라 내놓은 실험적 절충안이다.
박 장관은 직원들에게 이메일까지 보내 “출근 시간만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유연 근무를 크게 늘리고 간부들부터 솔선해서 일찍 퇴근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재정부만 독자적으로 운영하다보니 타 부처와의 업무 연계성 조율 문제도 고민거리가 됐다. B사무관은 “과 특성상 타부처와의 회의가 업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데 재정부만 5시30분에 퇴근하라고 하니, 실현가능성은 둘째 치고 회의시간을 조정하는 게 일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박 장관의 유연근무제가 되레 조직내부의 불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야근이 많은 부서나 육아로 출근 시각을 조정하기 어려운 직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9시까지 출근하도록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연구소 연구위원은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사람은 육아책임을 가진 공무원일 것”이라며 “남들은 8시30분까지 출근하는데 과연 마음이 편하겠냐”고 비판했다.
오는 12월 재정부가 세종시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C사무관은 “지금도 장거리 출퇴근 때문에 출근길이 버거운데 세종시 이전 후에는 어떻겠냐”며 “세종시로 이전해도 출퇴근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앞당겨졌으니 원룸이라도 얻어야겠다”고 전했다.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과장은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저녁까지 과천에서 먹고 일을 더하다 퇴근했지만 요즘은 ‘좀 덜 쉬면서 일하더라도 퇴근을 빨리하자’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장관의 고집으로 재정부 내부는 여전히 기대감보다는 부담감이 큰 상황이다.
정용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직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다보니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근무시간 변경이 불가피한 이유에 대한 합의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더큰 파열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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