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였던 지난 1976년 처음으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어 6선을 기록한 루거 의원은 지난 8일(현지시간) 인디애나 당내 경선에서 티파티의 지원을 받은 신예 정치인 리처드 머독(인디애나주 전 재무장관)에게 패했다.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핵무기 및 생화학 무기 감축에 전력을 쏟았던 루거 의원은 소련과 함께 미국이 총 7500개의 핵탄두를 제거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가 주도한 ‘넌-루거법’은 1991년 샘 넌 상원의원과 함께 옛 소련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불능화를 지원한 법안이었다.
‘외교 거물’인 루거 의원이 신예 정치인에게 무릎을 꿇자 티파티의 영향력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010년 지방 선거에서 큰 세를 과시한 티파티는 이후 과도한 정치권의 보수화 등에 대한 반발감으로 일반 민심으로부터 이반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미 80세가 된 루거 의원 대신 유권자들이 젊은 대안 후보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루거 의원은 한반도와도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그는 2002년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파기했을 때 부시 행정부에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해서 이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또한 이에 앞서 90년대 초반 북핵 위기가 처음으로 불거졌을 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화당 내 온건파 목소리에 앞장서기도 했다.
루거 의원의 이같은 온건 합리적인 행보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정부가 탄생하고 지금까지도 이어졌다. 루거 의원은 다른 당 후보였고 지금은 대통령인 오바마에게 전술 핵문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근까지도 당파에 휩쓸리지 않고 주체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보수 티파티 운동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오바마에 협력하는 비 보수 공화당 의원으로 낙인찍혀 ‘제거 대상’으로 꼽히게 된 것이다.
그는 또한 필리핀 민주화 지지, 남아공 인종분리정책 비판 등 세계 여러 나라 민주화, 인권 개선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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