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는 앞선 이달 6일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浜松)시에 위치한 스즈키 본사에서 기술전시회를 열고, 자사 60여 부품을 선보였다. 하카마타 구매본부장을 비롯, 관련 임직원 2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스즈키의 주력 모델인 중소형차 전용 부품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즈키는 인도 시장 1위의 스즈키마루티의 모회사다.
모치즈키 해외조달센터장은 “(현대모비스의) 기술적 성장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교류 확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부품 공급 계약 기대감을 높였다. 이준형 현대모비스 해외사업본부장(부사장)은 “일본 기업의 까다로운 기준도 어렵지 않게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처럼 최근 들어 한국 부품사의 일본 기업 진출이 본격화 되고 있다. 현대모비스 같은 대형 부품사의 단독 전시회는 물론, 르노삼성 같은 공급사를 통하거나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중소기업 중심의 전시회도 빈번하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모회사로 하고 있는 르노삼성은 지난 2009년부터 모회사 구매본부(RNPO)를 통한 국내 부품 협력사의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2009년 120억원 규모던 수출 규모도 2011년 4000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달 영신정공ㆍKDACㆍ한림인텍 등 6개 협력사가 닛산 규슈 공장의 부품 납품 계약을 맺는 등 대일본 납품 계약이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일본 나고야 토요타 본사에서 한국 자동차부품 34개사가 참여한 전시회를 연 코트라는, ‘일본 자동차부품 지도’를 선보이는 등 후방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일본 완성차 기업이 강세인 동남아 시장을 겨냥, 태국 파타야에서 국내 27개사가 참가한 자동차부품 전시상담회를 연 데 이어, 이달 4~5일에는 지식경제부와 함께 국내 35개사가 참여한 IT 전시회 ‘코리아 ICT 로드쇼’도 열었다. 아직 가시화 된 성과는 없지만 현지 IT 부품 납품 가능성도 타진하는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 국내 부품사가 본격적으로 일본 기업과의 교류를 갖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부터다. 앞선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은 데 따른 것이었다. 이 때 현대모비스와 만도, S&T모티브 등 주요 부품사는 미쓰비시, 스바루, 닛산, 다이하쓰 등과 일본에 첫 계약을 맺었다. 만도의 경우 일본 부품사인 KYB와의 합작사 KMB의 브라질 공장을 통해 토요타나 닛산, 혼다의 현지 공장에 현가제품을 납품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서 일정 규모 이상의 한국 부품사가 일본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건 한라공조가 유일했다. 한라공조는 지난 1991년부터 마쓰다에 부품을 공급해 왔으며 지난 2010년 4월에도 약 3800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한라공조를 제외한 한국 부품기업의 일본 진출은 특수한 상황이었던 지난해 6~7월을 제외하면 미미한 상태다. 세계 1위의 부품사 덴소나 3위 아이신 등 현지 부품사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라고 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진입한 만큼 추가 수주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KB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내년 이후 한국 기업의 토요타 납품 가능성도 높게 전망한 바 있다. 한 국내 대형 부품사 관계자는 “대지진 이후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부품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제품ㆍ가격 측면에서 모두 경쟁력이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긴장하는 일본 기업들= 이 같은 한국 기업의 공세로 일본 부품사도 긴장하고 있다. 최근 덴소ㆍ토요타방직ㆍ토요타합성ㆍ토요타자동직기ㆍ아이신전기 등 토요타 협력사들은 현재 60~90%에 달하는 토요타 납품 비중을 60%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토요타 대신 해외 완성차 공급 규모를 늘린다는 것이다. 토요타합성은 올 3월 포드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박재범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 주임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계열사 중심의 결속 강화를 유지해 온 토요타 계열 부품업체들이 거래처 다변화를 통해 생존을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한국 부품사로서는 그만큼 토요타에 대한 수주 기회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 가능하다.
올 3월에는 덴소와 이치콘, 야자키 등 일본 부품 11개사가 일본과 미국에서 가격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특히 이중 5~6개사는 이미 총 8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 역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고, 자금력이 높은 한국 부품기업에 있어 유리한 조짐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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