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의 헬렌 하워드 금리전략 책임자는 "스페인 구제금융으로 금융시장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스페인 은행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스페인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들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단기간 시장은 긍정적… 투자자 설득은 회의적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의 4대 경제국인 스페인의 구제금융이 단기간 위기를 완화시킬 수는 있으나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스페인의 경제는 그동안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보다 경제규모가 크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긴장을 다소 완화시킬 것이라고 분석이다.
지난 8일부터 유로화는 달러와 엔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또한 이번주 국채시장에서 스페인 채권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달 30일 6.7% 수준으로 치솟았으나 지난 8일 6.25%로 낮춰졌다.
그러나 WSJ는 스페인의 이번 구제금융이 은행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은 스페인이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은행권 위기를 막아내면 스페인 전체가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구제금융은 오는 17일 그리스의 재총선과 21일로 예정된 유럽 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공개에 따른 위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서둘러 진행된 것이다.
WSJ는 EU가 스페인 은행 구제와 관련한 구조개혁에서 새로운 조건이 붙지 않는다고 했으나 시장을 설득하기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도 9일 구제금융을 받는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또한 애널리스트들은 아직 투자자들이 스페인 자산의 채권을 매입하는 것을 꺼린다고 전했다. 지난 몇 달간 외국자본이 외면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자국 국채를 주로 사들었으나 이들마저 구제받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WSJ는 스페인 정부는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조언했다.
◆스페인 위기 해결 1000억 유로로 불충분
전문가들은 1000억 유로가 부동산 거품 붕괴로 부실화된 스페인 은행의 손실을 막아내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초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보고서를 인용해 스페인이 2014년말까지 차환해야 하는 국채는 1550억 유로이며 이외에 재정충당에도 1210억 유로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은행 자본 보강에도 1340억~1800억 유로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FT는 EU 지도자들이 스페인 위기 해결 방안을 늦추는 바람에 최소한의 현금으로 막아내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WSJ도 스페인이 이미 외국 투자자의 구제를 받았음을 강조했다. 스페인이 올해 차입해야 하는 자금은 860억 유로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규모는 480억 유로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행 구제를 요청하는 것은 자금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골드먼삭스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 은행 구제가 긍정적인 단기 조치일 뿐"이라면서 "스페인의 전반적인 재정과 거시경제적 도전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1000억 유로의 은행 구제가 스페인에 대한 전반적 우려를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드 뱅킹 그룹의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조치를 "가벼운 구제이며 여전히 치료보다는 예방 조치에 불과하다"며 "은행을 보강해 실질적으로 성장을 촉진하기보다는 은행이 살아있도록 하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의 통계에 따르면 스페인의 정부부채와 은행 등 민간부채는 모두 합치면 지난해 기준으로 약 1조6000억 달러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363%에 달한다. JP모건과 RBS 등은 스페인에 대한 총 구제금융 비용이 4500억 유로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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