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도란도란> 보금자리주택 '품질' 왜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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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6-1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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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임기 동안 집없는 서민이 없도록 하겠다.",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

이명박 정부의 야심작인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처음 나온 당시 현 정부의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보금자리주택 사업. 시작은 화려했다. 취지도 거창했다. 서울·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2012년까지 60만호의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하니, 더 이상 집 때문에 서러움당하지 않아도 되려나 기대감도 컸다. 그것도 잘 지은 집을 거의 반값에 준다니….

그로부터 4년 3개월. 그동안 보금자리주택이 많이 변질됐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녹지율은 더 낮아지고, 사실상 그린홈(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주택)도 포기 수준이다. 도로 비율도 줄이고, 공사기간도 단축하기로 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지하주차장을 의무적으로 건립하지 않아도 된단다.

약 10년 후 보금자리주택 단지는 어떤 모습일까. 좁은 도로와 빽빽한 주차공간으로 주민들 간 다툼이 끊이지 않는, 결국 뾰족뾰족 서 있는 아파트 단지들만 즐비한 그런 주택지구가 돼 있을지도 모르겠다.

보금자리주택의 수준과 질이 이처럼 떨어진 이유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획기적인 공공주택 방안이라며 현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만들어놓긴 했는데, 사실 부작용이 한 둘 아니었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이후 시장은 매매수요 위축에 따른 전셋값 상승, 민간주택 공급 감소 등 왜곡현상이 심화됐다. 또 보금자리주택의 마감재 등 품질은 높이고 분양가는 낮추다보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력 저하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이 와중에 인기 없는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는 미분양이 증가했다. 일부 지역은 집값 하락을 불러온다며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철회해 달라는 민원이 속출했다. 그래서 남은 것은 보금자리주택의 품질 저하다.

보금자리주택은 이명박 정부의 주택 브랜드다. 앞으로도 보금자리주택 하면 이명박 정부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군더더기가 된 지금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보면 정권의 끝자락에 서 있는 한 정부의 모습을 연상하게 돼 어쩐지 짠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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