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UAE(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도로 공사에 참여했던 중견 건설사 해외사업총괄팀 K씨(팀장). 그는 얼마 전 겪었던 일화를 꺼내 놓으며 해외 건설현장 인력난을 생생하게 토로했다.
이는 비단 K씨가 다니는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형 건설업체들도 인력이 모자라 사업 수주조차 꺼려야 할 판이다. 카타르에서 플랜트공사 총괄책임을 맡았던 대형 건설사 카타르 해외사업 총괄담당 H씨(상무). 그는 사업을 수주하고 싶어도 해외 건설시장에서 인력이 부족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어 되고 경험 많은 경력직을 구할 수가 있어야죠. 신입을 뽑아도 경험이 없어 몇 년은 돼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잖아요. 일감은 넘쳐나는데 사람은 모자라고….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하지만 해외 건설 인력시장은 정반대 상황이다. 이른바 해외인력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업체의 해외 현장(107개국, 1804개 사업장)에는 총 17만명이 근무 중이지만, 올해만 해도 2200여명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2015년까지는 매년 3500명씩 총 1만4000명의 인력이 부족하다.
정부가 나서 해외 인력 양성을 위한 특별교육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현지에서 필요한 인력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통령까지 나서 해외 건설현장에 청년 건설인들이 적극 진출할 것을 주문할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열린 ‘건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얼마 전 카타르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청년 건설인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건설 현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필요한 인력은 단순 노동자가 아닌 글로벌 역량을 갖춘 전문기술자라는 점이다.
대형건설사 H 상무는 “정부는 무조건 대학 졸업 예정자나 무경력자를 이론교육만 시켜 해외 건설현장에 내보낼 생각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우리가 원하는 인력은 글로벌 역량을 갖춘 전문기술자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건설시장에서 한국인 인력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해외건설협회 집계를 보면 현재 한국 기업이 시공을 맡은 해외 현장에 근무 중인 한국인은 1만6000명으로 전체 17만명 중 9.2%에 불과하다. 1차 중동붐 당시인 1981년, 해외 현장에 근무한 한국인이 전체 18만명의 79%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국인 인력이 적어도 20%(3만6000여명)는 돼야 실업률 감소와 함께 외화 가득률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며 “현재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소득세 비과세 한도 증액(월 150만원→300만원)뿐 아니라 해외 수당을 세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세제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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