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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징위엔 _Gossip from confuse City 8_55cm x 55cm_Acrylic on paper_2012 |
아주경제 박현주기자=중국이 빠른 경제 성장만큼 미술 문화력도 급변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차이나 아방가르드' 를 대표하며 중국 현대미술시장에 등극한 '4대 천왕'(왕강이ㆍ장샤오강ㆍ쩡판즈ㆍ위에민준)도 한 시대를 비켜서고 있다.
불과 10여년전 이들의 작품은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도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2006년이후 중국 경제성장을 동력삼아 가파르게 치솟았다. '4대 천왕' 때문에 중국의 현대미술은 10년새 백배이상 올랐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 2008년 홍콩 경매에서는 쩡판즈의 ‘가면’이 105억원에 낙찰됐고, 지난해에는 장샤오강의‘영원한 사랑’이 110억원에 팔려 중국 현대미술 사상 최고가 낙찰기록을 경신했다. 한때 한국에서 전시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이제 '4대 천왕' 의 작품은 전설이 됐다. 이들의 전시는 물론, 돈이 있다해도 작품이 없어서 못 살 정도가 됐다.
천정부지로 뛴 작품가격에 이어 이제 한국은 물론 세계 미술시장은 이들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선두주자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중국의 70~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의 전시가 이어지고 있고 '중국 그림 답지'않은 그림으로 중국 현대미술의 편견을 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가 중국 차세대 대표작가들을 초대한 '유희의 저항'전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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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링한-Last Experimental Flying Object_7m20s |
루쩡위엔, 마치우샤, 예링한, 짱쿤쿤, 투홍타오, 판지엔, 하오량, 황징위엔 등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8명의 젊은 작가 회화 조각 설치 영상등 59점이 전시됐다.
1970,80년대에 태어나 중국의 급격한 정치, 경제, 사회적 격변기에 유년을 보낸 중국 현대 미술의 3세대를 잇는 세대로 알려진 화가들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미술대학인 중앙미술학원의 자오리 교수(미술평론가)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와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을 순회하는 ‘중국청년작가 100인’전에 참여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였고 중국 현대미술에 정통한 윤재갑 큐레이터가 이번 전시기획을 맡아 이들은 '차세대 대표주자'임을 인증받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현대적이고 감성적이다.
일본의 우끼요에 기법, 서양의 르네상스와 바로크적 장식 등 이질적인 요소들을 융합하고 재해석해 독창적 화풍을 선보이는가 하면, 이상적인 산수화에서 벗어나 자연과 자신을 담담하게 그리고 인간의 심리와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고 장면들을 ‘낯선 이미지’로 담은 풍경화를 내놓았다. 예리한 면도칼을 입에 물고 말하는 영상작품도 있다. 중국의 산아제한 정책 때문에 외동이로 태어나, 부모의 과도한 기대를 감내해야 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고백하고 있다. 급변하는 중국사회와 상대적으로 느리게 변하는 자신의 삶과 기억을 주제로 감성을 담아낸 작업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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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우샤 _From No.4 Pingyuanli to No.4 Tianqiaobeili_7m54s, 2007 |
이들의 작품은‘차이나 아방가르드’로 대표되는 기존 세대와 달리 지극히 개인적이고 연약하다고 평을 듣고 있다. 체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의 거대담론인 중국 공산당이나 현실에 대한 저항적 의식을 벗어난 모습이다.
하지만 중국 문학평론가 왕샤오밍은 "이들이 그들의 선배보다 덜 정치적이라는 말은 편견"이라고 한다. "겉보기엔 유약하고 진지함이라고는 없는 '유희적'일 뿐이지만 거기엔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고 격렬한 마음들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윤재갑 큐레이터는 "이들은 거대담론에 비껴서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혁명이냐 개량이냐, 엘리트주의냐 대중주의냐 등의 근본적이고 추상적인 차원의 논의들에서 자유롭게 세상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큐레이터는 "다만 주제가 좀더 세분화되고, 기법이 다양해져 섬세하게, 그리고 내적으로 절규하고 있는 게 차이점"이라면서 "선배들이 행한 이데올로기적 저항이나 상업주의에 대한 저항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을 보고 경험적이고 구체적인 초현실주의 미학에서 이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미술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던 ‘차이나 아방가르드’이후 중국미술의 현주소를 담고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늘의 중국(미술)을 지탱하는 힘'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25일까지. (02)724-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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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지엔 All will be passed If it started 250x200cm_Oil on canvas_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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