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국가경제 근간 자본시장이 멈췄다
②자본시장법 개정 지금도 늦었다
③추락하는 파생상품시장… 세계 1위자리도 뺏겨
④코스닥ㆍ코넥스를 한국경제 신성장동력으로
⑤자본시장 수수료체계 이대로 안 된다
⑥자본시장 ‘파이’를 늘려라
⑦‘초저금리’시대 채권 장내거래 확대하자
⑧헤지펀드시장 키우려면 규제부터 풀어라
⑨전문가 좌담
아주경제 조준영 기자="이대로 두면 모두 무너진다. 증권사나 운용사나 이미 최근 3년 내내 위기였다."
사상 최악인 증시 가뭄에 금융투자산업 먹거리가 말라버렸다. 인력 감원에 연봉 반납, 구조조정 칼바람이 증권가 곳곳을 휩쓸고 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코스피 일평균거래대금이 앞서 6월 4조원 남짓까지 감소하며 사상 최저를 기록하더니 이달 들어서는 3조원 후반까지 밀렸다. 거래대금이 반년 가까이 손익분기점 아래에만 머물고 있는 것이다.
대안도 없다. 새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파생상품시장은 규제 강화로 고사 상태다. 외환차익(FX 마진) 거래 또한 증거금률 인상에 증권사마다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으며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발행시장에서는 수요 자체를 찾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도 규제는 되레 늘어날 전망이다. 매매수수료 인하와 위탁금 이용료 제한, 신용이자 한도 억제로 증권업계 수익성이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자본이득세나 파생상품거래세를 신설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에 세금 폭탄이라는 대형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숨통이 트일 만한 소식은 없다. 2011년 대형 증권사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앞두고 잇따라 수조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법안 통과가 18대 국회에서 불발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만 마이너스로 돌아서버렸다. 19대 국회에 법안이 다시 상정됐지만 연내 통과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당국이 나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증권업계가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평균거래 2000년 이후 최악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루 평균 코스피 거래대금은 2011년 6조9000억원선에서 올해 3월 5조4000억원, 5~6월 들어서는 4조7000억원선으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이달 들어서는 3조9000억원선으로 4조원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증시 거래대금이 상장종목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저치인 0.38%까지 감소했다. 전체 수익 가운데 50% 내외를 매매수수료에 의존해 온 증권업계는 경영난 가중으로 하반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재앙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가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거래대금은 6조5000억원선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월까지 5개월 연속 거래대금이 손익분기점을 밑돌면서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대형 증권사만 2012회계연도 1분기(4~6월) 순이익이 6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자산운용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1회계연도 내내 단기금융펀드나 채권형펀드 수탁고만 소폭 늘었을 뿐 주식형펀드에서는 14조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전체 운용사 순이익만 1년 사이 15% 가까이 줄었으며 적자를 낸 운용사도 26곳에 달했다. 국내외 증시 불확실성과 맞물려 한동안 실적호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먹거리가 말랐다
불어나는 규제에 증권업계에서 돈이 될 만한 먹거리가 말라버렸다.
파생상품시장에서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주식워런트증권(ELW)은 당국 규제 이후 거래대금이 4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루 평균 3조원에 육박했던 ELW 거래대금은 당국에서 초단기 거래자인 스캘퍼를 문제 삼으면서 100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FX 마진 거래 또한 증거금률이 5%에서 10%로 2배가 오른 뒤 거래가 4분의 1 수준이하로 감소했다. 2011년 9월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가 앞서 4월 200억 달러 아래로 내려온 뒤 5월에는 140억 달러선까지 떨어졌다. 이 여파로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IBK투자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가 FX 마진 거래에서 철수했다.
발행시장 상황은 더 어둡다. IPO(기업공개)나 유상증자 모두 증시 침체와 맞물리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올해 들어 5월까지 IPO 규모는 2000억원 남짓으로 전년 동기 1조원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10조원을 넘어섰던 2010년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다. 공모 건수 또한 8건으로 1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업도 IPO를 꺼리게 된 것이다. 유상증자 규모 또한 같은 기간 4조4000억원선에서 5400억원선으로 90% 가까이 줄었다. 금융위기 무렵인 2008년에도 상반기 1조5000억원선으로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았다.
◆판을 키워라
국내 자본시장이 시장 논리로만 성장하기에는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화 증권사가 아닌 종합 증권사 형태로 발전해 온 탓에 대형사,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똑같은 영역에서 상품이나 서비스 질보다는 비효율적인 수수료 경쟁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 대비 시장 자체가 작은 상황에서 비효율적인 경쟁구도가 고착화돼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자본시장법 시행을 1년 앞둔 2008년 증권사 10곳을 한꺼번에 설립 인가한 뒤 더욱 심화됐다. 현재 증권사만 외국계를 포함해 60개를 넘어선다. 부실 회사가 난립하는 바람에 2011회계연도만 10곳 가운데 1곳 꼴로 자본잠식을 기록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업 서비스에 대해 적절한 값을 되찾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정부 주도로) 회사를 늘려 경쟁을 유도하기보다는 새 먹거리를 먼저 만들어 특화되는 증권사가 생기도록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거래소에서 해외기업 IPO에 상대적으로 이득을 더 주는 것도 시장규모를 키우는 방안이 될 수 있다"며 "당국은 자본시장 자체를 키우려는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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