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원의 아주 돋보기> 메가뱅크 회의론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아무리 좋은 음식도 지나치게 먹으면 탈이 나는 법이다. 또 덩치를 키우는 것만이 질적으로 항상 좋은 것도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B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합병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무리수'란 단어가 떠오른다.

KB금융이 우리금융을 합병하려는 이유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뱅크(Mega Bank)를 만들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두 시중은행을 합치면 보다 경쟁력이 강한 은행이 탄생할 것이란 계산이다. 그러나 수학이 아닌 현실에선 항상 '1+1=2'가 성립되는 게 아니란 사실을 간과한 듯하다.

시너지는 두 회사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 때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비슷한 수준에서 같은 일을 하는 두 회사가 힘을 합치면 시너지가 아니라 자칫 충돌이 생기고, 오히려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 두 회사의 노조가 입을 모아 메가뱅크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에 쉽게 공감이 가는 이유다.

굳이 합병 효과를 논리적으로 분석할 필요없이 거리에 즐비한 두 은행의 지점만 살펴봐도 느낄 수 있다. 조금만 번화한 곳이면 국민은행 옆 몇 미터(m) 안되는 곳에 우리은행도 있다. 그럼 두 은행이 합병을 할 경우 중복되는 지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두 은행의 노조는 "전국적으로 점포 700여개가 중복되고 회사의 성격 또한 비슷한데 무슨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겠냐"고 주장한다.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모두 잘 되자고 추진하는 메가뱅크인데,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펼쳐질 것으로 우려된다.

경쟁력이 약하거나 부실 덩어리인 기업들은 사회 전체를 위해 더 늦기 전에 퇴출되거나 다른 회사에 흡수되는 게 마땅하다. 또는 특정 부분에서 힘이 조금 부족한 회사들은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하지만 KB금융과 우리금융 합병의 경우는 다르다. 두 금융지주를 합쳐 시너지를 창출하고 메가뱅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는 사실을 직시해야겠다. 덩치가 크다고 힘이 강하란 법은 절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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