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안은 여야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약속한 복지 확대의 재원 마련을 위한 수단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정부는 예년과 달리 세율이나 과표구간 조정 등 세제의 큰 틀은 손대지 않았다. 임기 말 정부 입장에서는 차기 정부부터 적용될 세제를 크게 바꾸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소득세와 법인세 등 이른바 ‘부자 증세’ 문제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오는 9월 국회에 제출된 뒤 국회 심의과정에서 적지 않은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與, 최고세율(38%) 38→40% 인상 vs 野, 최고세율 적용 대상 3만→14만명 늘려
여야의 소득세 개편안은 결국 ‘고소득자 증세’라는 점에서 같지만 방법에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최고세율 38%가 적용되는 기준을 현재의 과세표준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이 경우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사람이 3만1000명에서 14만명으로 늘어 연평균 1조2000억원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을 종합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996년 세제개편 이후 16년간 부분적 조정만 했던 소득세의 틀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계층별 담세 비율을 유지해 증세란 말을 듣지 않도록 하는 대신 최고구간 세율을 40%로 인상해 소득 수준이 높은 일부에 대해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득자 증세를 하고 서민 세 부담은 줄이되, 중산층 내에선 계층별로 미세 조정을 하겠다는 의미다.
◇野, 법인세 최고세율 22→25% vs 與, 현행 유지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를 거쳐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어 저성장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008년 25%에서 이듬해 22%로 낮아진 상태다.
정부·여당은 대신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어떤 감세나 면세혜택을 받아도 더 내릴 수 없는 세율)을 14%에서 15%로 올려 비과세 감면 혜택을 조금 줄이기로 했다.
앞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는 “법인세는 가능한 한 낮을수록 좋다”고 밝힌 바 있다. 법인세율의 추가 인하 여지까지 두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이명박 정부의 감세 이전 수준까지 원상회복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당 차원에서 이런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지난 6일 내놨다.
◇증세 규모 차이..1조6600억원 vs 5조2000억원
증세의 규모에서도 정부·여당과 야당의 차이가 크다. 정부는 이번 안에 따라 세법을 개정하면 향후 5년간 1조66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안대로라면 법인세 감세 철회 및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 하향조정 등을 통해 연간 5조2000억원의 세수 증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야당은 물론 여당도 ‘서민 감세-부자 증세’를 요구하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개정안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